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물가급등, 오미크론 대유행 등으로 국내 경기가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6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 슬로플레이션 가능성 점증'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 경기 방향을 예고하는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작년 6월(101.8포인트) 정점을 기록한 뒤 올해 1월(100.1포인트)까지 7개월 연속 하락해 경기 하강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선행지수는 향후 3∼6개월 정도의 경기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쓰이는데, 하락세가 수개월째 이어져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1분기 현재 한국경제가 오미크론 대유행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경기 회복 둔화 국면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1월부터 본격화된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로 내수 시장이 타격을 입고 있고, 높은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면서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소폭이나마 증가하는 추세다.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작년 9월(100.8포인트) 저점을 찍은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하여 지난 1월 102.4포인트를 기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립적 시나리오에서는 2분기에 경기 개선 국면이 예상되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수출 경기 약화, 국내 물가 불안, 오미크론 대유행 안정화 지연 등 하방 리스크 요인들로 인해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경기 둔화' 또는 '경기 재침체' 국면으로의 진입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발 슬로플레이션 외에도 비용 인상에서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으로 전환, 오미크론 대유행을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3대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시나리오별 GDP 추세 전망
이전까지만해도 국내 물가 급등 요인은 원유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측면이 강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 팽창에 따른 유동성 효과로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Demand-pull inflation)' 측면으로 점차 전환되고 있다. 이미 지난달 국내 소비자 물가는 축산물, 공업제품, 외식비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으며, 5개월 연속 3%대 고공행진중이다.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 강도와 기간이 예상을 넘어서고 있어 경제심리 위축에 따른 경기 회복 지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 실장은 "국내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은 방역당국과 주요기관의 전망을 감안할 경우 3월 초중순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오미크론 대유행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화 단계에 진입하는 시기는 4월 말 이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최근 백신패스 중단과 같은 방역 수준 완화 정책이 시작되고 있으나, 당분간 많은 확진자수가 나오면서 경제 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 시장 회복 지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출시장 전반의 상황 점검과 원부자재 수급관련 대응역량 제고, 경제 펀더멘탈의 건전성 강화 및 금융시장의 변동성 축소 등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실장은 "2분기 이후 공급·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의 동시 작용 가능성에 대응하여 거시 경제 정책의 방향 설정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경제와 방역을 모두 고려하는 '위드코로나' 기조에서 방역을 상당 부분 포기하는 '엔데믹' 기조로 전환할 경우, 선제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 집행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안병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