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은, 기준금리 연 3%로 동결…환율 안정이 우선
입력 2025-01-16 10:19  | 수정 2025-01-16 10:2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3연속 금리 인하 대신 동결 선택…환율·미국 통화정책 고려
환율 급등 우려가 동결 결정에 큰 영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연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했습니다.

오늘(16일) 열린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한국은행 금통위는 연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작년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금통위가 이번에는 추가 인하를 유보한 것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으로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 3연속 인하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더 뛸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경기 부진과 내수 위축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0.25%P씩 인하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만큼 경기와 성장 부진의 징후가 뚜렷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계엄·탄핵 사태가 겹치고 소비·투자 등 내수 위축 우려가 더 커지면서,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론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3연속 금리 인하를 피하고 동결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환율 급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원/달러 환율 추이 / 사진 =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 물가 상승 기대와 맞물려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환율 상승 폭이 더욱 커지면서 연말에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돌파했습니다.

새해 초에도 탄핵 정국과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에 따른 강달러 전망으로 환율이 1,450∼1,47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경우,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해 환율이 1,500원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파생금융상품 시장에도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방향도 금리 동결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FOMC 정례회의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작년 9월 전망치(3.4%)보다 0.5%P 상향된 수치로,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입니다.

28∼29일 열릴 미국 FOMC 회의에서 연준의 금리 동결 여부와 메시지를 확인하기 전에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외국인 자금 유출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금통위는 경제 지표 확인과 재정 정책과의 공조도 고려했습니다. 특히, ▲작년 4분기 성장률 속보치 ▲12월 계엄·탄핵 사태 이후 소비 증가율 ▲추경 편성 여부 및 재정 집행 속도 등을 확인한 후 다음 달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성장률 전망치(기존 1.9%)를 다소 낮추면서 2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이 더 안전하다는 판단입니다.

[최유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t590267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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