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쟁 끝났다"…휴전 소식에 축포와 환호 터진 가자 밤거리
입력 2025-01-16 10:08  | 수정 2025-01-16 10:10
사진=로이터
폐허 속 '즉석 퍼레이드'…당국, 안전 우려에 축포 자제령
뒤늦은 평화 속 불안감은 여전…"협정 이행되도록 즉각적인 조치 필요"
현지시각 15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가자지구의 밤거리는 모처럼 축제 분위기로 뒤덮였습니다.


미국 CNN,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가자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거리로 뛰쳐나온 주민들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면서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며 폐허 속에서나마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가자 남부 칸유니스의 한 시장에서는 휴전을 축하하는 '즉석 퍼레이드'가 벌어졌습니다. 한 남성이 두드리는 타악기 타블라 소리에 맞춰 모여든 군중은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이스라엘 폭격의 희생자들을 받아 온 가자지구의 병원 마당 등에서도 축하 집회가 열렸습니다.

가자 북부에 집을 둔 난민 알라 아부 카르시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전혀 기대하지 못했기에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며 "지금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가자지구 곳곳에서 휴전을 기뻐하는 축포가 울리자, 당국이 텐트촌에서 생활하는 난민의 안전을 우려해 축포 사용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주민들이 휴전 소식에 기뻐하고 있다. / 사진=UPI 연합뉴스

그러나 환호의 이면에는 뒤늦은 평화가 이미 죽은 이들을 되돌려주지는 못한다는 슬픔, 폐허 속에서 삶을 이어가야 하는 막막함, 언제 포성이 재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복잡하게 엇갈렸습니다.

전쟁 중에 가족 여럿을 잃었다는 난민 알 쿠르드는 "아직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고 추모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며 "폐허가 됐을지언정 집으로 돌아가게 돼 기쁘지만, 지난 15개월 동안 우리에게 벌어진 일들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어 슬픔이 솟구친다"고 말했습니다.

칸유니스 인근 주민인 수잔 아부 다카는 "과연 재건이 가능하겠느냐. 우리는 어디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또다른 전쟁 피해자인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도 기쁨과 걱정 속에서 휴전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인질 가족 단체는 성명을 내고 "압도적인 기쁨과 안도감으로 휴전을 환영한다"며 "2023년 11월부터 이 순간을 애타게 기다린 끝에 어느 때보다도 사랑하는 이들과 재회할 순간이 가까워졌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그러나 협정이 완전히 이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여전히 떨치기 어렵다"며 "협정의 모든 단계가 이행될 수 있도록 할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때 살아남은 야니브 헤기는 "평화가 실현되려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모두에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고 몇 년간은 조용한 가운데 평화와 상호 이해를 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느냐.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의 인질 가족 중에서도 우익 성향에 가까운 일부 인사들을 대표하는 단체는 "이번 협상은 다음 학살과 추가 인질 나포의 길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반대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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