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배넌 "H-1B 비자, 기술 권력자들이 이민 시스템 전체를 조작하는 것"
전문직 종사자를 위한 미국의 비자 H-1B를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층 내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8일 가량 앞두고 백인 노동자 중심의 전통적 지지층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한 새 지지세력 사이의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입니다.
현지시간 12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의 옛 책사로 통하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진정 사악한 사람이다. 전에는 머스크가 (트럼프 캠프에) 돈을 냈으니 참으려고 했는데 더 참을 생각은 없다"며 머스크를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그는 "H-1B 비자라는 게 기술 권력자들이 이민 시스템 전체를 조작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일인 20일까지 머스크를 쫓아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H-1B 비자는 미국에서 전문직 종사자가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주요 취업 비자입니다. 관련 전공 4년제 대학 졸업자나 이에 상응하는 경력을 보유한 외국인이 풀타임 또는 파트타임으로 미국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지지층의 불만은 지난달 22일 백악관 인공지능 수석정책고문에 인도계 인사가 내정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남아공 출신으로 과거 H-1B 비자를 보유하기도 했던 머스크는 전문직 외국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H-1B 비자를 옹호했습니다.
하지만 백인 노동자 기반의 전통적 트럼프 지지층은 이러한 입장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H-1B 비자가 미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 하락을 초래한다고 주장합니다.
배넌은 "머스크는 (출신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왜 전 세계에서 가장 인종차별적인 이들인 백인 남아공인들이 미국 일에 이러쿵저러쿵하게 놔두고 있나"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말 "나는 늘 H-1B 비자를 좋아하고 지지했다"며 머스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최유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t59026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