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ovie] 영화 ‘총을 든 스님’
입력 2025-01-10 13:14  | 수정 2025-01-10 14:24
부탄의 풍광 뒤로 펼쳐지는 소박한 이야기
담백하고 무해한 영화

‘교실 안의 야크를 연출한 파오 초이닝 도르지 감독의 작품인 ‘총을 든 스님은 부탄에 민주주의가 처음 도입되던 시기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총을 구해 오거라”라는 큰 스님의 한마디가 불러온 일련의 사건들이 긴장감과 웃음 사이로 넘쳐 흐른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2006년, 지구상에서 가장 늦게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보급된 부탄 왕국. 국왕이 자진해서 모든 권력을 내려놓아 역사상 첫 번째 선거가 시작될 예정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투표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당국은 모의 선거를 마련하고 선거 관리 공무원까지 급파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서로 반목하기 시작한다. 라디오로 선거 소식을 들은 산골마을 우라의 ‘라마승(켈상 최제이)은 제자에게 총을 구해 오라”고 말하고, ‘타시(탄딘 왕축)는 총을 수소문하다 그 과정에서 골동품상과 가이드 ‘벤지(탄딘 손남)을 만나게 된다.
영화는 제96회 아카데미영화제 숏리스트 선정작이자 부산국제영화제, 벤쿠버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수상과 공식 초청을 받았다. 부탄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최종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교실 안의 야크(2020) 이후 파오 초이닝 도르지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로, 그는 ‘총을 든 스님에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
감독은 ‘교실 안의 야크에서와 마찬가지로 부탄의 아름답고 무해한 자연 풍경을 최대치로 보여줌과 함께, 한 번도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는 나라의 국민들이 첫 모의 선거를 실시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코믹하고 위트 있게 연출해낸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인터넷과 텔레비전에 접속했고, 대중의 요구나 혁명 없이 민주주의 시스템이 도입됐으며, 국왕이 자발적으로 왕의 권위를 포기한 부탄. 마을의 엑스트라 대부분은 전문적으로 훈련된 배우들이 아니라 극중 배경인 우라 마을의 현지 주민들로, 영화 속 라마승(불교의 스승) 역시 실제로 그 마을에서 유일한 라마승이자, 동굴에서 평생을 명상에 전념해온 스님인 켈상 최제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부탄의 개방과 현대화를 이끈 독특한 상황을 다큐에 가까운 형식으로 알게 된다.

메인 포스터에서는 총을 든 스님이 꽃밭에 서 있다. 포스터에서 마주한 총과 스님, 그 이질적인 조합처럼 영화에서는 최초의 민주주의 선거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머와 성찰, 개발과 전통이라는 대립되는 소재를 끌고 가며 일종의 블랙코미디처럼 부탄의 역사를 바라본다. 영화는 부탄이 2008년 첫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후일담을 전하며 마무리된다.
한국의 현 시국에서 이제 막 민주주의를 도입 하는 단계의 부탄의 선거 과정은 ‘국민의 행복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한 더 생각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날카로운 풍자와 예상치 못한 긴장감이 매혹적인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러닝타임 107분.
[ 최재민 사진 ㈜슈아픽처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63호(25.01.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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