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씨, 뉴욕연방법원서 재판 전 협의 출석
미 검찰 "재판 개시 전까지 충분한 시일 필요…한국어 증거자료 번역 필요"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인물인 권도형 씨의 형사재판이 미국에서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열립니다.미 검찰 "재판 개시 전까지 충분한 시일 필요…한국어 증거자료 번역 필요"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현지시각 8일 열린 권 씨 사건의 첫 재판 전 협의에서 본재판 개시 일정을 내년 1월 26일로 잠정 결정했습니다.
본재판에 앞서 오는 3월 6일 재판 전 협의를 추가로 열고 증거개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권 씨는 앞서 지난 2일 판사가 유죄 여부를 묻는 기소인부 심리에 출석해 자신이 받는 범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날 열린 재판 전 협의는 검찰과 피고인 측이 참석해 판사 주도 하에 재판에서 다툴 쟁점을 정리하고 향후 재판일정을 정하는 소송 절차입니다.
검찰은 권 씨가 받는 9개 범죄 혐의의 개요를 설명하며 이날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앞서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2023년 3월 권 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 권 씨를 증권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몬테네그로로부터 신병을 인도받은 이후 자금세탁 공모 혐의 1건을 추가해 그가 받는 범죄 혐의는 총 9건이 됐습니다.
검찰은 사건 증거자료의 용량이 수 테라바이트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고 권 씨의 신병 인도 과정에서 추가 증거물을 확보했다는 점을 들어 본재판 개시 전까지 충분한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물에는 이메일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등 통신내용을 비롯해 금융거래, 회사 내부자료, 가상화폐 거래소 거래 기록 등이 포함됐습니다.
여기에는 앞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권 씨 및 권 씨가 공동 설립한 테라폼랩스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채택된 증거물도 포함됐습니다.
검찰은 또 권 씨 신병을 인도받는 과정에서 몬테네그로 수사당국으로부터 휴대전화 3대를 포함해 전자기기 4대를 확보했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앞서 몬테네그로 당국은 권 씨 등을 검거할 당시 휴대전화 5대와 노트북 3대를 압수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검찰은 권 씨 등이 작성한 한국어 통신자료를 영어로 번역해야 한다는 점도 본재판 개시까지 충분한 시일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들었습니다.
8일(현지시간)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씨의 재판 전 협의 절차가 열리는 뉴욕 남부연방법원 청사. / 사진=연합뉴스
엥겔마이어 판사는 검찰 측 요청을 반영해 내년 1월 26일을 본재판 개시일로 잠정 결정하면서도 재판 개시 전까지 1년 넘는 기간을 두는 게 이례적이라며 권 씨 측이 기일을 앞당기길 원할 경우 의견을 듣겠다고 말해 재판기일 조정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권 씨 측 변호인은 이날 협의에서 "권씨 범죄혐의 중 증권사기, 상품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등 3건은 정확히 똑같은 사안"이라며 이들 혐의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이와 관련 검찰 측은 앞서 SEC가 권 씨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사례를 들어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USD(UST·이하 테라)와 루나가 증권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지닌다며 혐의 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권 씨는 앞선 SEC와의 소송에서 투자자들을 기만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권 씨와 테라폼랩스가 실패한 상황에서조차 자신들이 만든 가상화폐 상품 및 그 작동 방식에 진실성을 가졌다고 항변한 바 있습니다.
그는 이후 SEC와 44억 7,000만 달러(약 6조 5,000억 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했습니다. 그의 회사는 현재 파산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권 씨는 이날 재판 전 협의가 끝난 후 '여전히 무죄라고 생각하느냐', '한국 피해자에 대한 배상은 어떻게 하겠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호송인력과 함께 법정을 떠났습니다.
권 씨는 자신이 설립한 테라폼랩스 발행 가상화폐 테라의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투자자들을 속이고 TV 인터뷰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허위 정보를 퍼뜨린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