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구스다운(goose down)이 아니라 덕다운(duck down)이네, 이번 일로 넉다운(knock down)"
패션 브랜드 '후아유'의 7만 원대 구스다운 점퍼 제품에 거위 털 대신 오리 털이 가득 들어 있어 논란이 되자 이 같은 비판이 나왔습니다.
문제가 된 후아유의 구스다운 점퍼엔 충전재 80%가 거위 털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거위 털이 30%만 들어있었고 대부분인 70%는 오리 털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자 후아유 측은 문제가 된 제품 전량을 회수 조치 중인데요,
후아유를 운영하는 이랜드월드는 조동주 한국패션부문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내기도 했습니다.
조 대표는 "약속한 품질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 발생 원인에 대해선 "해외 현지 파트너사의 품질 보증 만을 신뢰하고 자체적인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원자재 수급부터 최종 제품 출하까지 전 과정에 걸쳐 품질 검증을 강화하고 반복적인 검수 절차를 추가해 보다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이랜드의 사과에도 "혼용률을 잘못 기재한 게 아니고 허위 기재, 사기 기재가 맞다", "와 이 정도면 사기 친 거잖아? 실수가 아닌 고의인데 처벌해라", "왜? 닭 털, 비둘기 털 다 넣지?" 등 누리꾼들의 비판은 쏟아졌습니다.
또 "이런 데가 많겠지", "국내 유통하는 구스다운 전수조사하자"는 댓글을 통해 패션업계 전반에 대해 소비자 불신이 커지는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 "거위랑 오리랑 차이가 많이 남?", "그런데 구스다운이랑 덕다운이랑 보온성이나 무게가 많이 다른 편인가요?"라며 구스다운과 덕다운의 차이점을 궁금해 하는 댓글도 눈에 띕니다.
그렇다면 거위 털이 얼마나 들어가야 '구스다운'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또 거위 털이 오리 털보다 좋은 걸까요?
한국소비자원 섬유신소재팀은 "거위 털이 들어간 게 가장 비싼 제품, 성능이 좋은 제품"이라며 "그래서 '구스'라고 표기를 한다면 고급 제품이라고 볼 수 있어서 '구스' 표기에 대한 기준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구스다운'이라는 표기를 쓰려면 '거위 털 비율이 80%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섬유신소재팀은 "시중에서 솜털과 깃털, 거위 털과 오리 털 등이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합니다.
깃털은 '깃대 만년필'처럼 상대적으로 깃대가 두꺼운 걸 말하고, 솜털은 깃털보다 얇고 작은 것들을 가리킵니다.
또 '거위 털'과 '오리 털', '깃털'과 '솜털' 등의 표기도 역시 각각 엄격하게 구분을 지어 사용해야 하는데,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즉 '구스다운'이라는 표기는 거위의 솜털과 깃털 따질 것 없이 제품 안에 들어간 거위의 털이 무조건 80% 이상 되어야만 쓸 수 있다는 겁니다.
'거위 털이 오리 털보다 좋은 건가'라는 질문엔 "거위가 오리보다 더 추운 곳에 사는데, 추운 곳에 사는 동물 털이 아무래도 보온력이 높다. 털이 하늘하늘하게 퍼지는 그 사이에 따뜻한 공기층이 생기는데 이렇게 따뜻한 공기를 머금어서 보온력을 높여주는 것"이라며 "겨울 패딩을 입으면 패딩이 부풀어 오를 때 공기층이 생기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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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가짜 구스다운' 판별 법은 있을까요?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토대로 해서 제품을 구입한다. 소비자가 제품 내용물을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이라며 "그래도 일단 구매할 때 판매자에게 제품 품질 관련 질문을 하는 등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무작정 사지 말고 입었을 때 따뜻하지 않거나 입으면서 촉감이 안 좋으면 재빨리 제품 내용물에 문제가 없는지 판매자에게 점검을 맡기고, 확인하도록 요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랜드월드 뿐만 아니라 무신사 입점사들에서도 충전재 혼용률 허위 기재 사실이 알려지는 등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소비자 기만이라고 볼 수 있다"며 "책임이나 역할을 해외 파트너사로만 돌리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