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15년 전부터 "복행하지 말라"…이탈리아 '유사 사고' 조사보고서 입수
입력 2025-01-06 19:00  | 수정 2025-01-07 07:24
【 앵커멘트 】
어제(5일) MBN은 제주항공이 교육자료로 사용하는 보잉사 737-800 기종의 매뉴얼을 입수해 "착륙 도중 새 떼와 부딪히면 다시 날아오르기보다는 그대로 착륙할 것을 권한다"는 내용이 있었음을 보도해 드렸습니다.
2008년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착륙 사고를 계기로 조류 충돌 이후 착륙 지침이 크게 바뀌었다고 하는데요.
MBN이 당시 사고를 분석한 이탈리아 당국의 공식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전민석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랜딩기어가 꺾인 여객기에서 승객이 비상탈출용 미끄럼틀로 내려옵니다.

여객기 왼쪽 날개는 내부 골조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파손됐습니다.

지난 2008년 11월 이탈리아 치암피노 공항에서 착륙 직전 새 떼와 부딪힌 뒤 복행했다 불시착한 라이언에어 4102편입니다.


이번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와 같은 보잉 737-800 기종인데, 당시 승객과 승무원 172명은 모두 생존했습니다.

MBN 취재진은 해당 사고를 조사한 이탈리아 당국의 최종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이탈리아 연방항공안전청 ANSV는 착륙 단계에서 새 떼와 부딪힌 여객기가 복행하려고 출력을 높이는 바람에 엔진 손상이 더심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 인터뷰 : 그레고리 알레지 / 이탈리아 루이스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 "복행 결정을 내려 엔진 추력을 올리자 엔진 내부에 들어간 새가 결정적인 손상을 입혔고, 결국 엔진이 완전히 멈췄습니다."

보고서에는 2008년 벌어진 이 사고를 계기로 주요 항공사와 항공기 제조사가 버드 스트라이크에 관한 매뉴얼을 바꾸거나 새로 만들게 됐다는 부분이 나옵니다.

사고 기종을 제작한 미국 보잉은 'Preferred option'이라는 표현을 써 "복행하는 것보다 그대로 내리는 게 낫다"는 내용을 조종사 훈련 매뉴얼에 담았습니다.

보잉과 쌍벽을 이루는 유럽의 에어버스는 'Do Not' 이라는 단호한 표현을 썼습니다.

"최종 착륙 단계에서 새와 충돌하더라도 복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 인터뷰 : 그레고리 알레지 / 이탈리아 루이스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 "치암피노 공항 사고 이후 바뀐 지침은 다들 기억하는 '문화적 변화'였습니다. '문제를 해결한 뒤 착륙하라'고 배운 조종사들이, 이제는 '빨리 지상에 내려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낫다'는 지침을 받게 됐습니다."

지난달 29일 제주항공 2216편은 새와 부딪힌 뒤 매뉴얼과는 상반된, 복행을 선택했습니다.

조종사가 복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이유는 비행기록장치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 분석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전민석입니다. [janmin@mbn.co.kr]

영상취재 : 김민호 기자
영상편집 : 최형찬
그 래 픽 : 이지연·김규민
영상출처 : 유튜브 'chriscross'
자료출처 : 이탈리아연방항공안전청 ANS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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