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대만이 보유한 위력적인 ‘전략 무기
지금 세계의 모든 나라들, 특히 최고의 반도체 팹리스(Fabless : 부품 설계) 회사들은 대만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것은 바로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위탁생산업체) TSMC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정치군사적 이해관계보다 전쟁으로 인한 TSMC의 반도체 공급망 차질, 혹은 중국의 TSMC의 생산 및 기술력 확보가 더 두렵기 때문이다.
#1 지난 10월 18일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 회사인 TSMC가 종가 기준, 사상 처음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70조 원)을 돌파했다. 시총은 1조 671억 달러로 반도체 기업으로는 엔비디아에 이어 두 번째 1조 달러 돌파 기록이다. TSMC는 17일 올해 3분기 영업 실적을 발표했는데 순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54.2% 증가gks 3,252억 6,000만 대만 달러(약 13조 8,000억 원). 매출액 역시 7,596억 9,000만 대만 달러(약 32조 3,172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 증가했다. ‘인공지능 버블론을 주장하는 시장 일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TSMC의 이 같은 실적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12개월 완판 등을 비롯해 AI가 지배하는 반도체 시장에 완벽하게 적응한 TSMC의 생산력, 기술력이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2 대만의 TSMC가 미국, 일본, 유럽 등에 생산 공장을 확대하고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650억 달러를 투자해 3개의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미 제품 생산에 돌입한 일본 구마모토 공장에 대한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8월에는 독일 드레스덴에 약 100억 유로(약 14조 8,000억 원)을 투자한 공장 건설에 착공했다. 또한 대만 남부 가오슝에도 추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3 세계 파운드리 산업에서 TSMC가 차지하는 비중은 62.3%이다. 다음이 삼성전자로 11.5%로 격차가 크다. 더구나 TSMC의 3나노, 5나노와 같은 선단공정의 시장 점유율은 92%로 사실상 독점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인텔은 2021년에 파운드리사업부를 설립했지만 TSMC와의 격차는 여전히 큰 상태이다. 최근 인텔의 고위 인사가 삼성전자에 양사 최고위 경영진 면담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매일경제」, 10월 22일자, 이상덕 기자).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팻 겔싱어 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직접 만나 ‘파운드리 부문의 포괄적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싶다는 메시지다.
인구 2,400만 명의 대만 면적은 약 3만 6,193㎢로 우리나라 10만 4,501㎢의 약 1/3이다. 이 대만에 ‘호국신산護國神山 즉 ‘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 있다. 바로 대만 동쪽에서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중앙산맥이다. 중앙산맥은 3,000m 이상 산이 200여 개에 이르는 거대한 산맥이다. 이 산맥은 환태평양화산대에 위치, 대만을 위협하는 잦은 지진과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하는 태풍으로부터 대만을 1차적으로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산맥이다. 해서 대만인들은 오래전부터 이 중앙산맥을 호국신산이라 불렀다. 그런데 지금 대만에서 호국신산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대만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기업TSMC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 호국신산의 존재감
2023년 매출 693억 달러, 영업이익 295억 달러, 순이익 268억 달러, 직원 6만 5,000여 명, 자회사 30여 개를 거느린 TSMC. 이 회사는 어떻게 대만의 호국신산이 되었을까. 바로 TSMC가 생산하는 반도체 칩이 세계 최대, 최고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만드는 제품에 꼭 들어가야 할 필수품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AI시대의 총아인 엔비디아의 AI반도체 칩은 거의 TSMC에서 독점 생산하고 있다. 전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62.3%인 TSMC의 공장이 만약 멈춘다면, 이는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전 세계 반도체산업 공급망에 상상도 하지 못할 재앙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위협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이에 세계의 정치군사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 내에 중국의 대만해협 봉쇄, 혹은 대만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 침공,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을 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군에 대항하기 위한 군사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대만의 실질적이고 가장 강력한 ‘전략 무기는 미사일, 전투기가 아닌 바로 ‘TSMC의 존재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패권국가로 도약하려는 ‘중국의 굴기를 막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AI 부문에서는 작은 칩조차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거의 ‘봉쇄하고 있다. 오죽하면 TSMC조차 미국으로부터 중국 반도체 제품에 ‘TSMC 칩이 쓰인 것 같다는 조사를 받고 있을까. 핵심 반도체 장비인 ‘극자외선노광장비EUV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ASML의 실적과 내년 전망은 어두울 정도다. 이는 미국이 EUV의 중국 수출과 AS까지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미국 입장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TSMC의 기술과 생산 시설을 수중에 넣고 이를 활용해 ‘반도체 굴기마저 성공한다는 것은 ‘기필코 막아야 하는 제1의 목표이다. 심지어 미국 군사전문가 중엔 유사 시 대만 반도체 생산시설을 폭파하는 ‘초토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해서 대만인들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지켜주는 TSMC를 ‘대만의 호국신산이라 여기는 것이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발생할 경우 10조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봉쇄할 경우 GDP 측면에서 대만은 –12.2%, 중국 –8.9%, 미국 –3.3%이고 전 세계는 세계 –5%로 약 5조 달러의 피해를 입는다. 대만해협은 2022년 기준 해양 물동량이 2조 4,500억 달러, 약 3,350조 원으로 세계 해양 무역의 20% 이상이 이 해협을 통해 오가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경우 중동에서 오는 수입 원유만도 일본은 전체 원유의 95%, 한국은 65%을 이상이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TSMC의 시작은 1987년이다. 미국 반도체회사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서 수석 부사장을 지낸 반도체 전문가 모리스 창이 대만 정부와 외국이 출자한 2억 2,000만 달러로 시작했다. 모리스 창은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막대한 투자 현황과 반도체 설계사인 팹리스 회사의 증가를 눈여겨보고 ‘반도체 위탁 생산 회사로 TSMC의 전략을 수립했다. 대만 정부의 조국 반도체 산업 진흥에 도움을 달라”라는 청에 54세 나이에 귀국한 모리스 창의 이 전략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 적중했다.
모리스 창은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라는 신념으로 팹리스 회사들이 주문한 설계대로 제품을 생산했다. 당시 팹리스 회사들은 IBM, 도시바 등에 주문을 했지만 디자인, 기술 이전 혹은 기술 유출에 시달렸다. 이에 모리스 창은 ‘설계 유출 없는 ‘오직 고객만을 위한 생산이라는 모토로 신뢰를 쌓았다. 브로드컴, 마벨에서 시작한 생산주문은 이제 애플, 엔비디아까지 모두 TSMC를 찾는 파운드리의 강자가 된 것이다.
현재 TSMC는 단순한 팹리스의 하청업체가 아니다. ‘슈퍼 을에서 ‘슈퍼 갑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는 셈으로, 그 바탕에는 TSMC의 막강하고 독보적인 기술력이있다. AI시대에 반도체 집적도는 이제 물리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초미세 공정과 특히 패키징에서 TSMC는 거의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주문자를 만족시키고 있다. 특히 ‘3㎚(나노미터) - 10억 분의 1m 생산공정에서 TSMC의 필요성은 더욱 극대화되어 거의 100%의 독점이다.
더구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TSMC가 자체 개발한 첨단 패키징 공정 ‘CoWoS 라인은 애플, 엔비디아, 미디어텍, 퀄컴 등의 팹리스 회사가 오히려 TSMC에 ‘생산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은 ‘이미 12개월 분량이 판매 예약됐다고 한다. 블랙웰은 기존 제품의 성능을 압도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이다.
TSMC는 엔비디아는 물론 애플, 퀄컴, 미디어텍 등의 최첨단 AI칩을 독점적으로 생산, 점유율 80%를 넘고 있다. 미국 반도체 회사 AMD의 리사 수 CEO조차 ‘새 AI칩 생산을 위해 현재 대만 TSMC 외에 다른 업체를 사용할 계획은 없다고 했을 정도이다. 이 같은 독점적인 위치를 기반으로 TSMC는 3, 5나노 생산가격을 8% 인상했다.
반도체산업계에서는 향후 상당기간 TSMC의 독주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엔비디아, 애플, 인텔, 퀄컴, AMD 등 굵직한 팹리스 회사의 주문이 몰리고 있지만 다른 대안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삼성전자와 후발인 인텔인 파운드리사업부를 설립했지만, 아직 TSMC의 37년간의 외길로 축적된 기술력을 단기간에 추월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와 생산이 모두 가능한 기업.
‘삼성전자는 미세 공정에서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3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인텔은 서로 다른 공정에서 생산된 칩을 하나의 패키지에 결합할 수 있는 ‘포베로스Foveros, 전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파워비아PowerVia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고성능과 저전력 설계가 중요한 AI, 데이터센터, 모바일 AP를 공동 개발할 수 있으며, 또 삼성전자는 미국·한국·중국에, 인텔은 미국·아일랜드·이스라엘에 각각 제조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필요 시 공동 수주나 설비 공유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정부나 EU를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수출에 대한 통제가 심해지고 있어 권역별 생산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참고 및 발췌: 「매일경제」, 10월 22일자, 이상덕 기자)
대만의 호국신산으로 우뚝 선 TSMC, 1987년 반도체 생태계의 작은 을에서 출발 37년 만에 전 세계 팹리스 회사는 물론 ‘AI 시대의 지배자로 불리는 엔비디아 고위임원진과 ‘고성이 오가는 회의를 할 정도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용인, 화성, 평택의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공장들, 사실 이 공장들이 현재도 우리나라를 지켜주는 ‘대한민국 호국신산이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글 권이현(라이프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6호(24.11.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