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진료는 의사에게] "건망증, 치매" 어떻게 다를까?
입력 2024-12-21 12:00 
자료사진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일흔 A 할머니는 평소 과묵한 편이었으나, 요즘 들어 말이 많아졌습니다. 했던 말을 되풀이하는 바람에 모임에서 친구들에게 자주 핀잔을 듣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왜 했던 말을 자꾸 또 하느냐, 건망증환자냐” 하고 놀리는 겁니다. 할머니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혹시 나도 치매인가? 하는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누구보다 기억력이 좋다고 여겼고, 오랫동안 몸져누운 남편의 병구완을 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고, 이 때문인지 잠도 잘 오지 않고 자주 우울해지면서 눈물이 나는 걸 제외하고는 별다른 증상은 없습니다.

병원에 한 번 가보라는 친한 친구의 권유로 뇌신경센터에서 치매검사를 받았더니 MMSE(간이정신상태검사) 21점으로 치매진단의 경계선이었습니다.


인지 정도를 측정하는 GDS(전반적인 퇴화척도) 3단계로 중등도 인지장애, CDR(임상치매평가) 0.5로 경도인지장애로 나타났습니다.

건망증 정도나 알아보려고 병원을 찾았던 할머니는 다행히도 조기 치매진단을 받고 인지개선 약물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건망증 지속하면 치매 초기 징후 '주의'

건망증은 일시적으로 기억을 못 하는 현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무언가를 잊어버리는 증상을 뜻합니다.

건망증은 뇌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치매는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언어능력, 지남력,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질병입니다.

다만, 건망증이 지속하고 심화한다면 치매의 초기 징후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합니다.

보건복지부의 ‘대한민국 치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 수는 92.3만 명으로, 전체 노인 인구의 약 10%에 해당합니다.

이는 지난 12년 사이 256%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또 치매 환자 중 여성의 비율이 약 71%로, 남성보다 2.5배나 높습니다.

치매 환자의 의료비용은 2019년 15조여 원으로 추산되며, 2050년에는 10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치매 진단 혈액이나 영상검사로 가능…"조기진단만이 답!”

온종합병원 ‘건망증클리닉 배효진 과장(신경과전문의)은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지 오래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치매 등 인지장애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평소 자주 깜빡하거나 건망증이 심하다는 말을 드는 사람은 국가건강검진 등을 잘 활용해 관련 검사나 진료를 받아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치매 진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들이 이뤄집니다. 먼저, 의사는 환자의 진료 이력, 현재 건강 상태, 복용 중인 약물 등을 확인한 다음, 신체검사를 통해 다른 가능한 원인을 배제하고는 신경 심리학적 평가를 하게 됩니다.

이는 기억력, 언어 능력, 시공간 지각 능력, 실행 기능, 문제 해결 능력 등 다양한 인지 기능을 평가하는 검사로 치매의 유형과 심각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혈액이나 영상검사로도 치매가 진단 가능합니다. 혈액 검사에서 치매증상과 비슷한 비타민 결핍, 갑상선 기능 장애, 감염, 염증, 전해질 불균형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

MRI(자기공명영상검사), CT(컴퓨터단층촬영), 아밀로이드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스캔 등의 영상 진단을 통해 뇌의 구조적 변화나 뇌 기능의 이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치매 선별 검사로는 MMSE(Mini Mental State Examination, 간이정신상태검사)와 CERAD(신경심리검사)가 있습니다. 이 검사는 치매의 가능성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유용합니다.

온존합병원 ‘건망증클리닉 은명 과장(노년내과)은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통한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등은 건망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고 조언합니다.

독서, 글쓰기, 퍼즐 풀기 등의 두뇌 활동은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건망증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 안진우기자 tgar1@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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