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악역은 익숙하니까"…계엄부터 탄핵까지 '풍자 밈' 봇물
입력 2024-12-15 10:27  | 수정 2024-12-15 10:32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뽐뿌' 캡처
디지털 세대 새로운 사회운동 방식이라는 분석도


"악역은…익숙하니까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보수 궤멸을 위한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다'는 제목과 함께 가상의 대화를 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나란히 걷는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부터 어제(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까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하는 등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습니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웃긴대학' 캡처


탄핵안이 가결되자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제 (오물풍선을) 다시 만들어 보내도 되겠지?"라는 제목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뉴스를 지켜보는 합성사진도 올라왔습니다.

계엄 사태로 국내 정세가 극히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눈치를 살피는 듯 잠잠했던 북한이 새로운 국면에 놀라는 모습을 그려 웃음을 유발합니다.

출처 =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뒤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10월 윤 대통령이 정진석 비서실장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맞은 편에 앉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사진 밑에는 "내가 어제 2차 끝나고 뭘 선포했다고?"라는 문장이 적혔다. 술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이 술김에 해선 안 될 일을 했다는 풍자를 담고 있습니다.

출처=소셜미디어 스레드 캡처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나란히 선 사진에 '나는 사랑 때문에 ○○까지 해봤다'는 질문을 적고, 바로 아래 '계엄'이라고 답하는 밈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딱딱할 수 있는 정치적 사건을 밈으로 만들어 소비하는 것은 디지털 세대의 새로운 사회운동 방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서 창의력을 발휘해 정치적인 풍자를 담아내고, 이를 통해 관심을 집결시켜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목적이 깔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 교수는 "우리 (정치) 시스템에 대해 문제가 생겼을 때 충분한 복원력이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 말랑말랑한, 또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정치를 다룰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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