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권위주의적 행동, 독재정권 시대 떠올리게 해"
"세계적으로 친위 쿠데타↑…트럼프 2기 행정부서 비슷한 일 벌어질까 우려"
12·3 비상계엄 사태가 6시간 만에 끝난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이지만, 동시에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징후일 수도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습니다."세계적으로 친위 쿠데타↑…트럼프 2기 행정부서 비슷한 일 벌어질까 우려"
AP통신은 현지시각 8일 '6시간의 파워게임 끝에 한국의 민주주의가 지켜진 것은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이 같이 진단했습니다.
이 통신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6시간 만에 끝난 것을 두고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의 승리였고,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1788년 '연방주의자 논고'(Federalist Papers)에 적었던 견제와 균형의 원리의 승리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세 시간 만에 190명의 국회의원이 계엄 해제에 투표한 것이 한국에서 삼권 분립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겁니다.
아울러 늦은 밤 국회를 찾은 시민의 참여 역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AP통신은 짚었습니다.
이 통신은 "블랙호크 헬리콥터와 장갑차를 국회로 보낸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동은 과거 독재정권 시대를 떠올리게 했다"며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대중의 지지나 최소한 용인 없이 계엄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담을 넘어 국회 경내로 들어가는 영상 등이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전북대 설동훈 교수는 AP에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는 여론을 움직이는 것이 전부"라며 "이번 사태에서는 모든 것이 스마트폰이나 유튜브 등 여러 미디어로 방송됐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4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시민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AP는 "서울에서 드라마가 펼쳐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발판이 흔들렸다"며 이번 사태가 곧 2024년 현재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협의 모습일 수 있다고도 진단했습니다.
비상계엄을 중단시킨 것이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는 예외적인 승리일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AP는 군대를 이용해 국회를 멈추려 한 윤 대통령의 시도가 '친위 쿠데타'의 정의에 들어맞는다며, 세계적으로 친위 쿠데타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45년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46차례의 친위 쿠데타 중 10번이 최근 10년 사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친위 쿠데타의 성공률은 약 80%에 이릅니다.
이런 점에서 AP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권위주의가 부상하는 시대에 주목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성공했을 수도 있다"며 "다른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은 윤 대통령보다 더 잘 준비돼 있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화당원들로부터 굳건한 지지를 받는 미국처럼 양극화된 사회에서는 한국과 같은 대중의 참여나 야당의 반대가 없을 수도 있고, 군대가 동원될 수도 있으며, 국회가 해제 표결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통신은 "미국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그는 민주주의의 기둥을 흔들겠다고 공언했고, 어떤 규범이나 법, 심지어 헌법까지도 파괴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AP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해 생방송에서 권력 남용이나 대통령직을 이용해 보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는 질문에 "첫날만 빼고"라고 답했다는 사실을 소개했으며, 트럼프는 이어 "나는 독재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