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폭동', 여수·순천 사건→'반란'으로 표시
관련 단체 "국민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본 과거 정권 시각 반영"
관련 단체 "국민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본 과거 정권 시각 반영"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사전에 모의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에서 부마민주항쟁을 '부산소요사태' 표시한 것을 두고 오늘(9일) 관련 단체의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국회의원이 공개한 12·3 계엄사령부의 '계엄사-합수 본부 운영 참고 자료'를 보면 역대 비상계엄 선포사례를 거론하면서 '부산소요사태'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1979년 10월 박정희 정권의 유신 독재에 반대해 부산 지역 대학생을 중심으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인 '부마항쟁'을 부산 소요 사태로 표시한 것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제주 4·3 사건은 '제주폭동'으로, 여수·순천 사건은 '여수순천 반란'으로 문건에 적었습니다.
부마민주항쟁 단체는 일제히 반발했습니다.
전광민 10·16 부마민주항쟁 기념사업회장은 "부마항쟁은 이념적인 색깔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그야말로 국민적이고 시민적인 저항이었고, 그래서 늦었지만 40주년 때 국가적인 기념일로 지정된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이라면서 "국가에 의해 평가받은 역사적 사건을 '부산소요사태'라고 쓴 것이 충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엄을 시도한 그 주체들의 머릿속은 1979년 그때 멈추어 있고, 여전히 낡은 시대 인식을 가진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들의 희생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종기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상임이사도 "민주주의 진전을 바라고 기본권 보장과 헌법 질서 회복을 요구하는 다수 국민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보고 진압하려 했던 과거 정권들의 시각이 여전히 반영된 용어"라면서 "방첩사나 계엄사가 이 용어를 썼다는 것은 그들이 여전히 이승만, 박정희 독재 정권의 시각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유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mikoto2306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