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당신 없이는 집에 못 가"…'전복 어선' 금광호 유족들의 눈물
입력 2024-12-09 14:45  | 수정 2024-12-09 14:56
경주동국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사진=연합뉴스
29톤급 어선 금광호, 오전 5시쯤 경주서 456t급 모래운반선과 충돌
선장 가족 "평소 술 입에도 안대는 가장이자 60년 뱃사람…선장만 40여 년"

"40년 이상 배를 타셨어요. 이제는 쉬시라고 했는데…"

오늘(9일) 경주 앞바다에서 전복된 어선 금광호의 선장과 기관장 시신이 안치된 경북 경주시 동국대병원 장례식장.

장례식장에는 기관장 황 모(75) 씨의 빈소만 차려진 상태였습니다.

급하게 차려진 빈소 안내판에는 고인의 이름 석 자만 덩그러니 적혀 있어 황망함이 더해졌습니다.

먼저 도착한 한 유족은 아무것도 없는 빈소에 우두커니 홀로 서 있었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멍하니 허공만 응시한 채였습니다.

오전 11시 30분쯤 기관장 황씨의 빈소에서 만난 아들 황 모(48)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황 씨는 "지난 토요일에 출근했다가 그냥 잘 계시는가 싶어서 전화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아들 황 씨는 출근했다가 병원으로부터 사고 소식을 접하고는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해경으로부터 사고 경위나 관련 연락조차 받지 못한 채였습니다.

최근 증손주를 본 그에게 가족은 뱃일을 그만두라고 권했지만, 그는 한사코 "유일한 낙"이라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아직 빈소의 형태가 갖춰지지 않은 우모(80) 선장의 유족들은 울음바다였습니다.

고인은 60년 된 뱃사람으로, 선장이 된 지는 40여 년째였습니다.

우 선장의 아내는 갑작스러운 이별로 인한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나 당신 없이 집에 못간다"며 망인이 된 남편을 향해 울었습니다.

가족은 이날 오전 7시쯤 청천벽력 같은 사고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경주 감포 지역 사람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주동국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사진=연합뉴스

29t급 저인망 어선인 금광호는 이날 오전 5시 43분쯤 경북 경주시 감포항 남동쪽 약 6㎞ 앞바다에서 456t급 모래운반선과의 충돌사고로 전복됐습니다.

[김유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mikoto2306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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