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단' 포고령에 분노한 사직 전공의들…거리 뛰쳐나와 처벌 요구

계엄 포고령에 '분노'…의정사태 이후 전공의 첫 단독 집회, 의대생도 참석
의대교수 단체 시국선언문 "'국민의힘, 내란 동조…끝까지 저항"

'전공의 처단'을 명시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분노한 전공의들이 책임자 처벌과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 백지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사직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은 오늘(8일)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의료계엄 규탄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집회에는 경찰 추산 500명(주최 측 추산 600명)이 참석했으며, 지난 2월 의정 갈등이 시작된 이후 전공의들이 단독으로 집단행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병준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는 "포고령 제5조는 특정 직역을 대상으로 임의 처단의 의지를 드러냈다"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언제든지 권력의 변덕에 따라 처단당해 마땅한 직업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지난 3일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포고령에 담긴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조항을 비판한 것입니다. 전공의들은 '즉흥 개혁 규탄', '의료계엄 반대', '의료농단 주범 처벌', '의료농단 의대모집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한목소리로 규탄했습니다.

흉부외과에서 3년간 수련했다는 여성 사직 전공의는 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출산했다고 밝히며 "12시간의 진통 끝에 아이를 낳고 회복실에 누워서 핸드폰을 봤는데 너무 힘이 들어서 꿈꾸는 줄 알았다"며 "두렵고 혼란스럽지만 아이에게 옳고 그른 것을 떳떳하게 가르치는 엄마이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 / 사진=연합뉴스

집회에는 '2,000명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휴학한 의대생들도 참석했습니다.

서울대의대 휴학생은 "본과 1학년 1학기가 끝난 소중한 여름방학에 못다 한 공부를 하겠다며 해부학 교실로 달려 나가던 의대 친구가 이제는 한국 의료에는 미래가 없다며 미국으로 나가겠다는 슬픈 말만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의료에 기여하겠다던 그 꿈은 왜 끝없는 좌절 속에 빛을 잃어야 하느냐"고 울먹였습니다.

사직 전공의들은 공개발언을 마치고 피켓을 든 채 대학로 일대를 행진했습니다.

의대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오후 서울 양재동 AT센터 앞에서 시국선언 대회를 열었습니다. 전의비는 시국 선언서에서 "국민의힘은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망각한 채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을 탄핵하지 않고 비호했다"며 "국민의힘은 내란을 동조한 국회의원으로 역사에 각인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란 수괴 윤석열이 벌여 놓은 의대증원, 의료개학 정책들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며 "의료개악에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