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지하상가는 지하철 명동역과 회현역 사이에 있다. 지상은 서울중앙우체국과 신세계백화점 사이다. 1978년에 완공된 이곳은, 지하철 연결통로 없이 지하보도와 방공호를 겸하는 역할로 지어졌다. 약 2,700여 평의 규모로 지금은 지하도 3개를 사이에 두고 250여 개의 점포가 있다.
1970년에 발행된 10원짜리 적동전은 지금 그 값어치가 100만 원, 1972년 발행 50원짜리 동전은 20만 원, 1970년에 발행한 100원짜리 동전은 4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진짜 횡재는 따로 있다. 1998년 IMF시기에 단 8,000개만 발행한 500원 동전이다. 이것은 지금 액면가의 500배, 즉 250만 원에 거래된다.
만약 이 동전이 발견되면 인터넷 동호회에서 팔 수도 있지만 일단 회현지하상가를 가보자. 이곳에는 희귀 화폐나 우표를 감정하고 판매 가능한 전문점이 약 10여 개가 있다. 모두 내공이 30년 이상, 50년 가까이 된다. 이곳에 이러한 상점들이 몰린 것은 한국은행과 화폐박물관 그리고 서울중앙우체국의 영향이다. 새로운 우표, 화폐를 발행할 때마다 며칠씩 오픈런, 웨이팅을 하는 마니아들을 위한 상점들인 것. 밤샘 기다림에도 새 우표와 화폐를 구하지 못해도 이곳을 찾으면 구할 수 있었다.
오래된 레코드판 가게들 역시 이곳의 명성을 대변한다. LP판만을 취급하는 상점 역시 한때는 20여 곳이 넘었지만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전국의 LP 수집 마니아들이 꼭 들려야 하는 곳이다. 1970년대 명동에는 오디오 가게들이 많았다. 이들 가게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음반을 취급했는데 이때부터 음반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상점이 생겼고 시간이 지나며 회현지하상가로 들어온 것이다.
지하상가는 가운데 넓은 지하도, 그 옆에 좁은 지하도 2개가 길게 뻗어있다. 그 길 양옆에 촘촘히 같은 크기의 상점들이 밀집되어 있다. 옛날 돈, 기념 화폐, 아날로그 감성 넘치는 LP, 중고서점, 골동품, 화랑, 패션잡화점 그리고 요즘 많이 생긴 환전상이 대부분이다. 한 쪽에는 분식류와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맛집도 있다. 이 음식점은 주로 상가 주인장 단골이지만 주변 직장인들도 간단한 식사를 위해 많이 찾는다.
지하상가에서 신세계백화점, 명동, 남대문시장으로 향하는 출구에는 각각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본래 역할이 지하방공호라 에스컬레이터는 꽤 깊다. 이곳에 한번 들려보면 LP가게에선 추억의 팝송을, 중고서점에서는 학창시절 감성으로 읽었던 소설을, 우표화폐 전문점에서는 언젠가 책갈피에 끼워두었던 내 우표를 찾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그야말로 ‘빈티지의 원형 같은 곳이다.
[글과 사진 장진혁(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8호(24.12.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