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들 "비상계엄, 초헌법적·위헌적 요소 있어"

"비상사태 발령 요건에 해당 안 돼…탄핵 사유 가능"
"권한 남용 여부 판단 선행돼야"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오늘(4일) 헌법학계에서는 이번 행위가 위헌적 요소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여러 헌법 전문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의견을 대체로 내놓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점에서 탄핵 사유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헌법상 비상계엄은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있어서 군사상의 필요가 있거나, 공공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입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이날 "계엄이라는 건 경찰력에 의해서는 도저히 질서가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비상사태 발령 요건에 여기에 해당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손형섭 경성대 법학과 교수는 "(비상계엄은) 전시·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서 가능한데,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고, (감사원장·검사 등에 대한) 탄핵소추가 있다고 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것 자체가 대통령이 헌법 질서를 위배하는 상황"이라며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헌법상 계엄선포 요건에 맞지 않아 헌법 77조 위반이고, 계엄법상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아 계엄법도 위반했다고 본다"며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넘어 위헌적으로 국가권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너무 중대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당장 위헌 여부 논란보다 우선 대통령의 판단 과정이나 선포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그것이 권한 남용 여부인지에 대해 짚어보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헌법학 교수는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라고 판단한 것이 잘못인지, 권한을 남용했는지 여부에 따라 탄핵 사유가 있다고 볼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