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이사를 했다. 나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은데, 수리는 훨씬 힘들어 보인다. 분리불안이 극에 달해 한시도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산책을 나가도 주위를 경계하고 갈팡질팡하는 시간이 길다. 어떻게 해 줘야 수리가 빨리 편안해질까.
최근 이사하고서 수리는 집착 끝판왕이 되었다. 나에게서 1미터를 벗어나지 않는다. 거실 커튼이 펄럭이거나 택배 차량 소리만 들려도 벌떡 일어나 내게 더 바짝 붙어 앉는다. 그러니 혼자 둘 수가 없어 운동도 한 달째 쉬고 있고, 아주 잠깐 외출해도 마음이 늘 조급해 허둥지둥한다. ‘아이고, 이사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는데!라며 답답해하다가도, 나와 살기 시작하고서 7년을 내리 한 집에서 살았으니 이 큰 변화가 쉽게 받아들여지겠나 싶기도 하다. 그나마 수리는 분리불안만 극심한데, 다른 반려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음식을 거부하거나 이상 행동과 문제 행동이 심해지기도 한다니,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적응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답이겠다. 시간이 약이라지만 그저 기다리는 방법은 반려동물들에게 썩 먹히지 않아 보이니까. 이사와 함께 찾아온 반려동물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빨리 완화시키는 몇 가지 노력들이 있다.
(사진 프리픽)
일차적으로는 집 안의 환경을 전에 살던 곳과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다. 새 집에 왔으니 기존에 쓰던 낡은 물건을 버리고 새 것들로 채우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익숙한 물건을 가까이 두어야 마음의 안정을 갖는 건 사람이나 반려동물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반려견의 밥그릇과 배변판 등은 기존의 것을 쓰고, 잠자리 배치도 완전히 바꾸지 않는다.다음으로 산책. 환경 변화에 예민한 수리 같은 경우라면 산책은 처음에는 가볍고 짧게 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자극들이 긴장감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다른 반려견을 만나더라도 억지로 인사시키지 말고, 거리를 두고 스쳐 지나가도록 한다. 정해진 시간에 산책을 나가는 루틴을 지킨다면 안정감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 조금씩 편안해지는 게 보이면 산책 시간을 점차 늘려 간다.
무엇보다 이사 초기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갖는 것이 최고의 배려다. 새로운 놀이를 시도하기보다 편안하게 함께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가장 좋아하는 간식으로 노즈워크를 하면 자연스럽게 집 구석구석을 다니며 냄새를 맡게 되어 적응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짧게 혼자 두고 나갔다 오는 것을 연습을 병행하면서 간식과 칭찬으로 두둑이 보상해 긍정적인 경험치를 쌓아 간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7호(24.12.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