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집트·요르단 정상도 나섰지만…가자 지구 휴전 합의될까
입력 2024-11-28 10:48  | 수정 2024-11-28 12:16
이집트 방문한 압둘라 2세(왼쪽) 요르단 국왕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사진=이집트 대통령실]
가자 지구에 유대인 정착 바라는 이스라엘 강경파
실각 우려하는 네타냐후 총리 양보할 가능성 희박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시행 첫날인 현지 시간 27일 가자지구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습니다.

이집트 대통령실에 따르면 두 정상은 카이로에서 만나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과 제한이나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에 뜻을 모았습니다.

이는 이스라엘과 1년 넘게 전쟁을 벌여 온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멈추고 휴전에 합의할 준비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온 같은 날(현지 시간 27일)에 알려진 소식입니다.

하마스 고위 당국자 "가자휴전 합의 준비, 중재국들에 통보"

AFP 통신은 현지 시간 27일 익명을 요구한 하마스 고위 당국자가 "하마스가 휴전 합의와 포로 교환을 위한 진지한 거래를 위한 준비가 됐다고 이집트와 카타르, 튀르키예의 중재자들에게 알렸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이스라엘 측이 휴전 합의를 방해해 왔다는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이런 하마스의 입장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가자 지구의 전쟁을 촉발한 바로 다음날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명분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휴전한 직후에 나온 것입니다.

헤즈볼라는 현재 이스라엘을 교란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입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레바논 피난민들 [사진=AFP 연합]

최근 몇 달간 이스라엘의 공습 등으로 하산 나스랄라 등 헤즈볼라 지도부 인사 다수가 제거된 데다 지난달 1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말살을 목표로 내걸고 레바논을 전격 침공해 무자비한 지상 작전을 벌인 여파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은 전날 미국 등의 중재로 60일간의 임시 휴전에 합의해 현지 시간 27일 새벽 4시부터 휴전에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레바논인 수천 명과 이스라엘인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레바논 시아파 무슬림의 지지를 받고 있는 헤즈볼라는 사실상 조직이 와해됐습니다. 휴전 합의 이후 "헤즈볼라가 살아남은 것이 곧 승리"라며 '숨 고르기' 중이나, 휴전 합의에는 가자 전쟁의 중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헤즈볼라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휴전 합의 이후 이스라엘은 아무런 제약 없이 하마스를 공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스라엘은 과거 이란을 공격하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폭격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공격을 자제했으나, 휴전 합의로 이란의 핵심 방어 요소 또한 사라졌습니다.

NYT "가자 전쟁은 휴전 합의 어려워"

레바논 전쟁의 휴전과 달리, 가자 전쟁 휴전 합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집권을 위태롭게 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헤즈볼라와 달리 하마스는 100명가량을 인질로 잡고 있는 점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고, 이스라엘 극우 세력이 하마스와 타협할 경우 연립 정부에서 이탈하겠다고 네타냐후 총리를 위협하는 점도 휴전 합의를 가로막는 요인이라 분석했습니다.
북가자지구에 기능을 할 수 없게 됐지만 유일하게 남아 있는 2개 병원 중 한 곳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폭격되어 아비규환인 모습 [사진=CNN]

다만, 13개월간 이어진 전쟁 탓에 대부분 피란민으로 전락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주민들 사이에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이 가자지구 휴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통치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26일 기준 이번 전쟁으로 인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4만 4,249명에 이르고 부상자도 10만 4,74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죽은 민간인들을 가자지구에서 옮기는 모습.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 "인종 청소가 될 수 있다" [사진=CNN]

이런 수치는 하마스 등에 속한 무장대원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은 것이지만, 유엔 등 국제기구는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무고한 여성과 미성년자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의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에도 밤 사이 피란민들의 거처로 사용되는 가자 지구의 알바타인 학교를 공습했습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33명이 숨지고 134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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