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퇴근·쉬는 날 의사 개인 활동까지 감시?"
"의료기관·직원 처벌, 양벌 규정은 이미 위헌 결정"
"의료기관·직원 처벌, 양벌 규정은 이미 위헌 결정"
보건복지부가 전국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응급의료기관평가'에 대한 획일적인 평가기준에 대한 물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평가 기준으로 인해 의정갈등 장기화로 인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상황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킨 일부 병원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매년 종별로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나눠 평가를 진행합니다.
등급결정은 필수의료인력, 장비, 시설 등의 운영실태를 점검해 A, B, C등급으로 나누어집니다.
올해 평가 대상기간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해 2월 5일까지 6개월간 이뤄진 응급실의 운영 실태 등을 평가 대상이었습니다.
부산의 한 종합병원은 이번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C등급을 받았습니다.
최하위 등급을 받은 이유는 이 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응급의료 전담인력 중 한 명이 다른 의료기관에 중복으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이 평가에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평가 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은 이 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일하는 A 전문의가 지난해 12월 28일에서 30일까지 사흘간 강원도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일한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최하위 등급을 받은 병원 측은 평가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합니다.
서울의 한 병원도 부산의 한 종합병원과 마찬가지로 전담인력의 중복 근무가 적발돼 이의신청을 했습니다.
병원 측은 사흘간 중복 근무를 한 전문의에게 사실을 확인한 결과, 이날은 휴가 기간이었고, 개인적 친분으로 타 기관 응급실에서 일을 도와줬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병원 측은 의사의 개인 활동으로 인한 과실 등의 책임을 모두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직원이나 의사 등이 위반행위를 저지르다 적발될 경우 원장도 함께 처벌토록 규정한 관련법의 양벌규정도 지난 2009년 위헌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합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의료법인 또는 개인을 처벌하는 취지 및 이때 사용자인 법인 또는 개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는지가 판단 기준인 만큼, 평가에서도 이런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지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응급의학 등 응급실 상주근무 전문의 4명 이상만 근무하면 되지만, 우리 병원은 2명을 초과해 모두 6명의 전문의가 상주 근무하고 있다"며 "6명 가운데 1명의 전문의가 딱 이틀간 타 의료기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C등급으로 판정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 병원이 최종 C등급을 받게 되면, 내년 2025년 1년간 최대 수십억 원의 진료비 소실을 보게 돼 응급센터 운영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지난 10월까지 병원 응급실을 다녀간 환자는 모두 1만 3천800여 명. 하루 50명이 넘는 환자들이 찾았습니다.
병원 관계자는 "9개월째 지속하고 있는 이른바 '의료대란' 속에서도 우리 병원 응급실은 24시간 환자를 받았다"며 "개인의 일탈로 인해 지역응급의료센터 전체가 불이익을 받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 안진우기자 tgar1@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