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 젊은 3·4세, 줄줄이 임원대열 입성…"경영 능력 검증 거쳐야" 지적도
식품업계 일부 기업의 오너 3세가 최근 몇 년 사이 초고속 승진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오늘(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 3세인 1989년생 담서원 상무는 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오너 2세 이화경 부회장 부부의 장남으로 오리온 입사에서 임원까지 1년 반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2021년 7월 오리온의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핵심 부서인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해 1년 5개월 만인 이듬해 12월 인사에서 경영관리담당 상무로 승진했습니다.
올해 35세인 담 상무는 10대 시절인 20여 년 전부터 재계의 미성년 주식 부자 중의 한 사람으로 보도되기도 했는데, 지주사 오리온홀딩스[001800] 지분 1.22%와 2018년 증여받은 오리온[271560] 지분 1.23%도 갖고 있습니다.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의 오너가 3세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CSO)도 지난 2020년 20대에 임원이 됐습니다. 전 본부장은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으로 1994년생입니다.
지난 2019년 25세에 삼양식품[003230]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해 1년 만에 이사로 승진하며 임원이 됐습니다. 올해 서른 살인 전 본부장은 입사한 지 4년여 만인 지난해 10월 상무로 승진했습니다.
매일유업의 오너 3세인 김정완 회장의 장남인 1986년생 김오영 씨도 2021년 10월 매일유업 생산물류 혁신담당 임원(상무)으로 입사한 뒤 2년 6개월 만인 지난 4월 전무로 승진했습니다.
농심[004370] 오너 3세로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은 지난 25일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습니다.
1993년생인 신 전무는 2019년 사원으로 정식 입사한 사례로, 지난 2022년 2년 10개월 만에 구매담당 상무로 승진한 바 있습니다.
오뚜기[007310]는 함영준 회장의 아들인 함윤식(33) 씨와 딸 함연지(32) 씨도 모두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고속 승진에 대해 "3세가 책임감 있게 한 파트를 맡으려면 그에 맞는 위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대기업그룹의 경우 오너일가 자녀는 입사 후 능력을 입증받는 성과를 쌓거나 수년간 경영수업을 받는 등의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식품그룹처럼 재계 10위권 밖의 그룹 오너 자녀의 경우 상대적으로 세간의 관심을 덜 받다 보니 이렇다할 검증 절차 없이 초고속 승진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일각에선 기업 오너가 일원이 입사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임원으로 승진해 경영까지 하려면 검증이 필수라고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젊은 자녀나 경험이 일천하고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기업 경영을 하는 경우에 기업 전체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진다"며 "자손이라도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사람은 쓰지 않는다는 독일 머크사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