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화학 실적부진…"유동성 위기는 과도, 사실이 아니다"
"주식·부동산·가용예금만 109조원…내년 자산재평가땐 가치 확대"
주요 계열사들, 오는 26일 기업설명회…"시장 불안 완전히 해소"
"주식·부동산·가용예금만 109조원…내년 자산재평가땐 가치 확대"
주요 계열사들, 오는 26일 기업설명회…"시장 불안 완전히 해소"
'롯데그룹이 12월 초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하고 전체 직원 50% 이상 감원이 예상된다'는 지라시(정보지)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퍼지면서 지난주 국내 증시에서 롯데그룹주가 동반 출렁거렸습니다. 이런 내용이 모두 사실일까요?
"불황 속 비상경영체제…7만8천명 감원? 말이 되나"
'롯데그룹이 차입금이 39조 원이고 전체 직원 50% 이상 감원이 예상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닙니다. 유통·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39조 원은 차입금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11개 상장사의 올해 3분기 기준 총부채 규모로 매입채무와 미지급 등이 포함된 금액이라며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을 감안한 순차입금비율은 더 낮은 수준이라고 롯데는 설명했습니다.
롯데는 전체 직원 50% 이상 감원설은 더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롯데그룹 직원은 국내 11만 명과 해외 4만 6,000명으로 모두 15만 6,000명입니다. 롯데 관계자는 "전체 직원의 절반이면 7만 8,000명을 감원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습니다.
롯데그룹은 올해 롯데케미칼과 면세점을 비상 경영 체제로 운영하고 일부 계열사에서 인력 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받았지만, 대대적 감원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롯데온이 수조원대 적자' 역시 거짓 내용입니다. 롯데온의 경우 2020년 출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적자 규모가 5,348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롯데건설의 미분양 탓에 그룹 소유 부동산을 매각해도 빚 정리가 쉽지 않을 듯'이라는 지라시 내용 또한 사실과 다릅니다. 롯데건설은 "서울과 수도권 중심 분양이 많아 미분양 리스크(위험)가 크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지난달 평가 기준 56조 원에 이릅니다.
계열사 실적 부진은 사실이지만 "위기로 보는 건 과도"
업황 위축과 경쟁 심화 속에 롯데의 두 축인 유통 군과 화학 군의 실적이 부진한 것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2021년 15조 5,000여억 원에서 지난해 14조 5,000여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유동부채는 2021년 8조 9,000여억 원에서 지난해 10조 9,000여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롯데케미칼도 2021년만 해도 연결기준 1조 5,000여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2022년 7,000여억 원, 지난해 3,000여억 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냈습니다.
국내 유통업계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정통 오프라인 매장은 위축되고 이커머스가 급부상하면서 산업 자체가 재편되는 양상에다,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이 겹쳐 석유화학 산업 자체가 불황에 빠져있는 것입니다.
롯데는 또 2021년부터 지분 투자 또는 인수한 중고나라(300억 원)와 한샘(3,000억 원), 일진머티리얼즈(2조 7,000억 원), 한국미니스톱(3,000여억 원) 등과 관련해 단기 손익구조보다 투자 방향의 적정성과 중장기 기대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증권가에선 롯데의 상황을 '유동성 위기'로 보는 것은 과도한 시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그제(22일) 보고서에서 "롯데쇼핑의 경우 올해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2조 8,500억 원이고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과 사채는 2조 7,500억 원으로 단기 유동성 위기도 아니다"라며 "3분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도 1조 1,000억 원으로 양호하며 유휴부지를 중심으로 한 자산 매각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롯데 "그룹 유동성 문제없다…부동산·예금·주식 109조원"
'다음 달 모라토리엄 선언 및 공중분해 위기설'은 팩트일까요?
롯데그룹은 "현재 보유 주식과 부동산 가치,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예금 등을 합치면 108조 9,000억 원에 이른다"며 "유동성은 안정적"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롯데 측은 "지난달 기준 총자산은 139조 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 5,000억 원에 각각 달한다"며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지난달 평가 기준 56조 원, 가용 예금도 15조 4,000억 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구나 롯데그룹이 내년에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 보유 자산 평가 가치는 지금보다 대폭 늘어나 그룹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롯데 관계자는 "보유 부동산 자산만 재평가해도 평가 가치가 대폭 늘어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고 해도, 부동산 일부만 팔아도 빚을 갚는데 이런 내용이 유포된 게 황당하다"며 "루머의 최초 생성자와 유포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이슈와 관련해서도 글로벌 업황 부진으로 현재 수익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으나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롯데는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기준 4조 원의 가용 유동성 자금을 확보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며 "이번 주 중 사채권자 집회 소집을 공고해 다음 달 중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해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롯데그룹은 시장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기 위해 모레(26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엽니다. 설명회에는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합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