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면수심' 50명에 강간당한 여성 "마초사회 바뀌어야"
입력 2024-11-20 09:50  | 수정 2024-11-20 09:56
용기의 아이콘 된 지젤 펠리코. / 사진=AFP 연합뉴스
남편이 아내에 진정제 먹인 뒤 남성들 집에 불러들여
법정서 일부 피고인 혐의 부인…피해 여성 "자기행동에 책임져야"
프랑스에서 10여 년간 남성 50명에게 성폭행당한 여성이 "이젠 마초적(남성 우월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가 바뀌어야 할 때"라고 촉구했습니다.


현지시각 19일 피해 여성 지젤 펠리코(72)는 프랑스 남부 아비뇽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마지막 피해자 진술을 했다고 일간 르피가로 등이 보도했습니다.

앞서 지젤의 전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72)는 2011년 7월∼2020년 10월 아내의 술잔에 몰래 진정제를 넣어 의식을 잃게 한 뒤 인터넷 채팅으로 모집한 익명의 남성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를 성폭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지젤을 성폭행한 남성 50명도 재판에 넘겨져 지난 9월부터 재판이 이어져 왔습니다.

전 남편 도미니크와 일부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했으나, 다른 피고인 30여 명은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들은 지젤을 성폭행할 의도가 없었다면서 모든 책임을 도미니크에게 돌렸습니다.


재판을 모두 지켜본 지젤은 "피고인들이 '나는 조종당했다'거나 '졸피뎀을 먹었다'는 식으로 변명하는 걸 들었다"며 "내게 이것은 비겁함의 재판"이라고 꾸짖었습니다.

또 "어떻게 움직임이 없는 신체를 보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그 방을 떠날 수 있었느냐"며 "그들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책했습니다.

이어 "이제 강간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강간은 강간"이라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 재판은 늦어도 내달 20일 안에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사건은 프랑스 사회에서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으며, 모든 재판 과정이 언론과 방청객에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부끄러움은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들 몫이어야 한다"는 지젤은 용기의 아이콘이 됐으며 재판이 열릴 때면 지지자가 몰려 그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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