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명자들, 잇단 '성비위 의혹' 논란 증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격적으로 지명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맷 게이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성 비위 의혹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6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헤그세스의 법률대리인은 헤그세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에게 사건을 비공개한다는 계약의 대가로 돈을 지급했다고 시인했습니다. 다만, 지급한 액수와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헤그세스는 합의금을 준 것은 사건이 공개될 경우 뉴스 진행자로 일하던 폭스뉴스에서 해고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고, 오히려 협박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 여성이 사건 2년이 지나서야 소송을 거론하기 시작했고, 헤그세스 측이 2020년 2월 합의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자 같은 해 12월 상대가 변호사를 고용해 협상을 시작했다는 등의 사실 관계를 제시했습니다.

헤그세스 측은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였다"며 "요구액보다 크게 감액한 선에서 합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의혹은 2017년 공화당 여성 당원 모임에 연사 자격으로 참석한 헤그세스가 이날 밤 머물던 숙소에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여성은 행사 닷새 후 헤그세스를 신고했지만, 경찰은 헤그세스를 조사한 뒤 송치 없이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WP는 해당 여성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에 보낸 편지를 입수했다며 사건의 사실 관계와 본질에 대한 인식이 헤그세스 측의 주장과 상반된다고 전했습니다.

편지 발송자는 당시 30살이던 해당 여성이 공화당 행사의 참석자로,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었으며 헤그세스를 숙소로 안내하고 다음 날 아침 공항으로 제때 출발하도록 하는 업무를 맡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서한에 따르면, 이 여성은 이날 밤 호텔 바에서 헤그세스와 술을 마시던 다른 여성들로부터 "헤그세스가 우리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려 한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갔으며, 다음 날 아침 헤그세스의 호텔 방에서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억이 흐릿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음 날 집으로 돌아와 성폭행을 당한 기억이 떠올랐고, 응급실에서 정액 양성 결과를 받고 당국에 신고했다고 했습니다.

반면 헤그세스 측은 여성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률대리인은 "당시 감시카메라에는 두 사람이 팔짱을 낀 채 걷고 있던 모습도 확인됐고 여성이 헤그세스를 이끌고 호텔 방으로 향했다"고 밝혔습니다.

인수위에서도 이 편지를 접수한 뒤 내부 논쟁이 있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헤그세스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맷 게이츠 미국 법무부 장관 지명자. / 사진=AP 연합뉴스

또 다른 성 비위 의혹에 휩싸여 있는 게이츠 지명자에 대한 불안감도 공화당 내부에서 확산하고 있습니다.

게이츠는 과거 17세 여성을 상대로 성 매수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하원 윤리위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직후 곧바로 하원의원직에서 사퇴함에 따라 윤리위 보고서의 공개 여부가 불투명해졌습니다. 하원 윤리위는 조사 대상 의원이 중도 사퇴할 경우 더 이상 관할권이 없어 보통은 조사를 종결해왔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마크웨이 멀린 상원의원(오클라호마)은 17일 NBC와 인터뷰에서 게이츠에 대한 하원 윤리위 보고서를 상원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보고서의 비공개를 주장하는 등 일단 엄호에 나서고는 있으나,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분출하는 셈입니다.

영국 가디언은 수전 콜린스, 존 코닌, 톰 틸리스 등 보고서 공개를 요구한 공화당 중진 의원들이 적지 않아 어떤 형태로든 공개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 기자 jeong.minah@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