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노동 환경 불만 품은 중국 대학생…'묻지마 칼부림'에 사상자 25명
입력 2024-11-17 14:35  | 수정 2024-11-17 14:50
사건 현장인 대학에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사진=연합뉴스
소셜미디어에 유서도 남겨…"노동법 진보 희망한다"

중국 한 대학교에서 노동 조건과 졸업에 실패해 불만을 품은 한 대학생이 무차별 칼부림을 벌여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오늘(17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동부 장쑤성 이싱시 공안국은 전날 공지를 통해 "16일 오후 6시 30분쯤 우시공예직업기술학원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8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습니다.

공안국은 이 학교 졸업생인 피의자 쉬모(21·남)씨가 시험 미통과로 졸업장을 받지 못하게 되고 실습 보수에 불만을 가져 학교로 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잠정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쉬씨는 현장에서 붙잡혔고 범행 사실 또한 자백한 상황입니다.

쉬씨의 범행 현장 영상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충격을 낳고 있습니다. 영상에는 교내 기숙사 등 곳곳에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이 여러 명 쓰러져 있고 공안이 방패를 든 채 학교에 진입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범행 전 인터넷에 남긴 유서도 공개됐는데 쉬씨는 임금 체불과 장시간 노동 등 노동 조건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공장은 악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보험(사회보험)을 지급하지 않으며, 추가근무비를 주지 않고, 내게 벌금을 물리며 배상금은 주지 않는다"면서 "공장 안 노동자들은 매일 죽기 살기로 2교대나 3교대를 도는데, 하루에 16시간 일하고 한 달에 하루도 쉬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내가 며칠 병가를 내니 부문 책임자는 '다른 사람은 고열에 코피를 흘리며 모두 일하는데 네가 무슨 핑계로 못 한다고 하느냐. 못 하겠으면 꺼져라'라고 했다"며 "나는 공장이 잔혹하게 노동자를 짜내고 착취하는 것을 봤다"고 했습니다.

쉬씨는 "나는 노동자를 위해 목소리를 낸다"며 "나는 죽어도 다시는 짜냄과 착취 당하고 싶지는 않고, 나의 죽음으로 노동법의 진보가 추동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졸업장을 학교에서 주지 않은 것은 본인을 괴롭히기 위함이고 "나는 내 치욕을 철저히 씻을 것이다. 나는 이 일을 폭로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현재 이 유서는 삭제된 상태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 내 묻지마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3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다친 상하이 대형마트 칼부림 사건과 지난달 베이징의 한 명문 초등학교 앞에서 미성년자 3명을 포함해 5명이 다친 흉기 난동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쉬씨 범행 5일 전인 지난 11일 중국 주하이시에서는 불특정 다수를 겨냥했을 가능성이 높은 차량 돌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연이은 묻지마 범죄로 치안 유지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간 중국은 촘촘한 폐쇄회로TV(CCTV)와 당국의 통신망 관리, 엄격한 총기관리법 등으로 폭력 범죄 발생 빈도가 비교적 낮은 곳으로 꼽혀왔고, 그간 당국은 자국이 세계적으로 안전한 국가 중 하나임을 자부했기 때문입니다.

[지선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sw99033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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