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공직선거법 위반' 김혜경 재판부, '목격자 없는 살인사건' 언급
입력 2024-11-15 15:31  | 수정 2024-11-15 15:34
'공직선거법 위반' 김혜경 1심 벌금 150만원 선고. / 사진=연합뉴스
"직접 증거 없어도 간접 사실 종합해 증명력 부여할 수 있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 사건을 재판부가 '목격자 없는 살인사건'과 비교했습니다.


오늘(15일) 김 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피고인과 배소현의 공모관계 인정여부'를 설시하면서 "살인사건에서 피해자가 사망하고 현장 목격자나 CCTV조차 없는 사건의 경우에도 간접사실을 종합해 증명력을 부여하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김 씨 사건의 경우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폭로한 공익제보자 조명현 씨(전 경기도청 공무원)의 경찰 조사 당시 진술이 김 씨와 배 씨의 공범 관계를 입증할 거의 유일한 직접증거였습니다.

또 다른 직접증거가 될 수 있었던 배 씨의 휴대전화의 경우, 배 씨가 수사 초기 휴대전화를 훼손해 버려 수사기관이 이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조 씨는 당시 조사에서 "배 모 씨(김 씨 사적 수행원이자 전 경기도청 별정직 공무원)가 결제를 지시할 때 '사모님이 알고 계실 거니까 사모님 것만 후원금 카드로 결제하라'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한 조 씨의 '전문진술'을 기재한 경찰 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사용함에 동의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 310조2에 따라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공익제보자의 경찰 진술 조서는 김 씨 사건에서 배 씨와의 공모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수 없었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김혜경 1심 벌금 150만원 선고. / 사진=연합뉴스

이에 재판부는 "공범이 공모관계를 부인하고, 그러한 공모와 관련한 대화나 논의가 공범자 사이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이뤄졌다면 공모관계에 부합하는 직접적인 진술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다만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공모관계가 증명된다면 피고인과 배 씨 사이의 공모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직접증거가 없는 살인사건들에서 대법원은 "범죄사실의 증명은 반드시 직접증거만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고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는 한 간접증거로도 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김혜경 씨 사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직접증거가 없는 살인사건과 이 사건의 증명구조를 비교할 때, 이 사건에서는 증언들의 신빙성 판단을 통해 증명력이 부여되는 부분이 다수 존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례로 이번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발생 약 열흘 전인 2021년 7월 20일 서울 한 식당에서 가진 김 씨와 신 모 씨(민주당 우원식 의원) 간 식사 자리와 관련해 김 씨와 배 씨, 신 씨는 "피고인의 식사비는 누가 결제했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는데, 재판부는 여러 간접·정황증거들을 토대로 이들의 진술을 배척하며 공소사실이 증명된다는 판단 근거 중 하나로 삼았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식당 POS 단말기 매출내역에 의하면 피고인과 신 씨가 각자 식사비를 결제한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 또 피고인은 이날 처음 신 씨를 대면했고, 신 씨 배우자인 우원식 의원은 이재명의 선거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였다"며 "배 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김 씨와 신 씨 식사비까지 포함해 결제했다고 보이는 사정이 충분히 존재하며 피고인은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 모임의 식사비 결제에 대해선 "배 씨가 하급자인 조 씨(공익제보자)에게 참석자들의 식사비를 결제하게 하는 행위는 경기도 공무원으로서 본인이 담당한 업무와 무관하고 피고인이 이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단독으로 행동했다고 보기에는 배 씨가 그러한 행동을 할 동기나 유인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배 씨가 명시적 또는 적어도 묵시적으로나마 피고인의 용인을 전제로 이 사건 식사비를 결제했다고 보는 것이 통상적인 경험법칙에 비추어 합리적 설명이라고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사건이 직접증거만 가지고 입증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고의를 입증해야 하는데, 간접사실에 의해 미필적으로나마 기부행위를 인식할 수 있었다는 것이 1심에서 인정된 사례로, 이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목격자나 CCTV가 없는 살인사건'의 경우와 비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어제(14일)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김 씨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김 씨 측은 "추론에 의한 유죄판결"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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