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Issue Pick] 이혼 콘텐츠 전성시대
입력 2024-11-15 13:10 
‘이혼숙려캠프, ‘이제 혼자다 등 인기
이혼, 이제는 결혼생활의 ‘선택 옵션이 되다!
이혼한 스타들의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금

인간이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5위는 결혼 혹은 해고다. 4위는 교도소 수감, 3위가 배우자와의 별거이다. 2위가 스트레스 지수 역시 75인 이혼으로, 1위인 배우자 혹은 직계 가족의 죽음 다음으로 높다. 요즘, 이 이혼이 ‘주제와 소재로서 우리 곁으로 왔다. 바로 방송이다. TV에서는 각종 이혼을 주제,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거의 매일 방송된다. 이혼은 이제 ‘숨어 있는, 혹은 숨겨야 되는 단어가 아니다. 금기의 단어에서 우리 이웃 혹은 나의 이야기로 떠올랐다.
‘오은영의 결혼지옥, ‘이혼숙려캠프 등 인기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부부의 갈등과 고민을 상담하는 리얼 토크멘터리 프로그램 MBC ‘오은영의 결혼지옥, 인생을 새로고침하는 부부의 현실을 살펴보는 JTBC ‘이혼숙려캠프, 이혼을 한 방송인이 출연하는 TV조선 ‘이제 혼자다, 이혼을 경험한 돌싱들이 새로운 연인을 찾는 MBN ‘돌싱글즈, 연예인 이혼남이 주연인 예능 프로그램 SBS ‘돌싱포맨 등등이다.
이 정도면 가히 바야흐로 ‘이혼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에서는 이혼을 주제, 혹은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한 달에 한 개씩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9년 OECD 회원국 중 이혼율 9위, 아시아 1위를 찍었다. SBS 드라마 ‘굿파트너를 집필한 최유나 이혼 전문 변호사는 얼마 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체감상 무려 35%라고 말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가 2021년 517명에서 2024년 851명으로 무려 64%나 증가했다는 대한변호사협회의 통계 역시 이혼이 많아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통계청 지수를 살펴보자. 2023년 이혼 건수는 9만 2,394건이다. 올해 7월의 이혼 건수만도 7,939건이다. 이들의 혼인 지속기간은 0~4년 18.5%, 5~9년 18%, 30년 이상 16.8%이고 남자의 평균 이혼 연령은 49.9세, 여자는 46.6세이다. 연령별로 보면 남자 60세 이상이 1만 9,000건 20.4%, 50대 초반 1만 5,000건 16.1%, 40대 후반 1만 5,000건 15.7%이다.
여성은 40대 초반이 1만 6,000건 16.8%, 40대 후반 1만 4,000건 15.2%, 50대 초반 1만 3,000건 14.2%이다. 연령별 이혼율은 40대 후반이 가장 높았다. 또 이혼 부부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이혼은 4만 건으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또 협의이혼은 7만 2,000건, 재판이혼은 2만 건으로 나왔다. 이혼 사유에서 가장 많은 것은 무엇일까. 보통 배우자의 부정과 불륜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2016년 통계청 조사에서 이혼 사유 1위는 성격 차이 45.2%였다. 배우자의 부정은 7%, 경제문제 10.2%, 가족 간의 불화 7.4%, 정신적, 육체적 학대 3.6%, 건강 문제가 0.6%였다.
한국 이혼율 체감상 35%...이혼 전문 변호사 64% 증가”
이혼엔 가해자, 피해자가 있어요. 그런데 아이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죠. 예컨대 아빠가 바람나서 이혼이란 결론이 났어도 아이에겐 아빠일 뿐이에요.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존재. 그런데 어느 한쪽에서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라고 주입해요. 그렇게 아이가 방치되면서 자해도 하죠. 그런 일이 생각보다 많아요. 자녀는 내가 아니에요. 타인으로 존중해줘야 해요. 이 말을 가장 하고 싶었어요.”(발췌 : 조선일보, 2024년 10월 7일, 김아진 기자, 인간 최유나는 집에 두고 출근해요” 기사 中)

이혼이 증가하거나 많아지는 현상은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로 볼 수 있다. 먼저 이혼을 바라보는 사회 시선이 ‘관대해졌다. 과거 이혼남, 이혼녀는 마치 낙인처럼 평생을 따라다니는 주홍글씨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히려 괴롭고, 힘든 상황을 그저 참아야 하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닌 ‘미련한 짓이 되었다. 또 ‘가정은 꼭 지켜야 한다는 불문율 역시 깨지고 있다. 남편, 아내, 아빠, 엄마, 며느리, 사위의 자리보다 이제는 ‘나 자신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부부 모두, 혹은 어느 일방의 인내와 참을성만을 강요하는 결혼생활, 소통과 대화의 부재로 그저 형식상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 상의 없이 큰돈을 투자해 결국 감당할 수 없는 빚이 생기는 경제적 파탄, 한 명도 아닌 여러 명과의 상습적인 불륜을 저지르는 것 등등의 상황에서 ‘그저 참고 살면 좋은 날이 온다는 말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공허한 말일 뿐이다.
하지만 막상 이혼을 결심했어도 그 절차는 복잡하고 해결해야 할 것은 많다. 친권, 재산분할, 양육비 지급, 면접교섭권 등이 그것이다. 이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먼저 협의이혼이다. 이는 ‘부부 쌍방 합의 – ‘관할법원 등록기준지, 주소지 서류 접수 – ‘숙려기간 1개월 또는 3개월 경과 - ‘판사 앞에서 이혼 의사 확인 – ‘이혼 신고 확인 후 3개월 이내 이혼 확정이다. 조정 이혼이 있다. ‘조정 신청 – ‘조정기일 통지서 송달 – ‘조정기일 출석 – ‘조정성립 – ‘이혼신고 과정을 거친다. 조정이 불성립되면 다른 절차를 밟아야 한다. ‘관할법원 소장 접수 – ‘가사 조사 – ‘조정위원회 회부 – ‘변론기일 –‘판결 –‘이혼 신고 순이다. 여기서 재판 이혼은 조정 불성립과 같은 절차다.
세기의 이혼, 104조 원의 재산분할
2024년 5월 30일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에서 한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다. 이날 재판부는 1심 재산분할액 665억 원과 비교해 20배나 뛴 1조 3,808억 1,700만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선고했다. 이처럼 재산분할액이 증가한 것은 노 관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약 343억 원이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전달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1992년 증권사 인수, 1994년 SK 주식 매입 등에 사용됐다는 이른바 ‘부친의 비자금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최 회장 측은 SK그룹에 비자금이 유입된 적이 없으며 이는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도 확인된 사실이고, 오히려 ‘대통령 사돈 기업이라는 것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2021년 당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빌 게이츠의 순자산은 약 1,520억 달러 약 210조 원으로 세계 5위였다. 이때 빌 게이츠 부부가 이혼했는데 빌 게이츠가 멜린다 프렌치에게 지급한 금액만 760억 달러 한화로 약 104조 8,800억 원이었다. 2019년에도 비싼 이혼이 있었다. 바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로 그는 24년간 결혼생활을 한 아내 매켄지 스콧에서 당시 아마존 주식 4%인 1,970만 주를 주었다. 이는 약 357억 달러 약 43조 원의 거액이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2023년 아내 니콜 섀니핸과 이혼했는데 「포브스」는 섀너핸의 재산이 최소 3억 6,0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서 최대 10억 달러(1조 3,300억 원)로 늘었을 것이라 추정했다.
2010년에 이혼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역시 아내 엘린 노르데그린에게 약 7억 5,000만 달러(약 9,800억 원)를 지급했다. 이 밖에 1989년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에이미 어빙과 이혼하면서 1억 달러(1,300억 원),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후아니타 바노이와 2006년 이혼하면서 1억 6,800만 달러(2,250억 원), 언론 황제 루버트 머독은 안나 토르브와 1999년 이혼하면서 17억 달러(2조 2,700억 원)를 지급했다. 또 세계적인 래퍼인 카니에 웨스트는 킴 카다시안과 이혼할 당시 2022년 27억 달러(3조 6,100억 원)를 냈다.
며칠 전에 만난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아내가 매일 이혼하고 싶다고 아주 경을 읊어. 그런데 지금 못한다네, 왜냐구? 내가 돈이 너무 없어서 이혼해도 받을 게 한 푼도 없는 게 이유래. 이걸 좋아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이혼도 돈이 있어야 하는 세상이 된 걸까.
[글 권이현(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4호(24.11.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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