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초록색 전신 레깅스 차림의 베트남 여성 관광객이 온라인 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지난달 29일 경복궁 광화문 옆 돌담 앞에서 물구나무 서기 같은 요가 동작을 한 건데요,
이 여성이 해당 영상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고, 누리꾼들은 "광화문은 한국 관광의 상징적인 장소이며, 신성한 곳"이라고 꾸짖었습니다. 그러자 이 여성 "당시 경복궁 보안요원이 주의를 주지도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한국에도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조선시대인가? 궐 안도 아니고 밖인데 저 정도는 요즘 시대에 이해해야지", "전혀 문제 없다. 오히려 영상 보고 관광객이 조금이나마 더 올 수도 있다", "저게 왜 논란이 되는데요"라고 옹호하는 쪽과 "못하게 하는 게 맞다. 허용하기 시작하면 더 못 볼 꼴 본다",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 "때와 장소에 맞게 살자 좀. 상식 아님?"이라고 비판하는 쪽으로 나뉘었습니다.
기사 댓글 캡처
'레깅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단골 소재인데요,
김치 명인 강순의 씨는 지난 8월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 출연해 '며느리들의 옷차림이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 "우리 집에 며느리들이 찾아올 때 꼭 끼는 스타킹 같은 바지를 입으니 속옷 형태가 다 보인다"며 "시아버지 앞을 레깅스 입은 며느리가 왔다 갔다 하면 내 얼굴이 화끈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3월 배우 전종서의 '레깅스 패션 시구'를 두고 "남편이랑 아이들과 보기 민망했다"는 비판과 "뭐가 문제인가 속옷을 입고 나온 것도 아닌데"라는 옹호 의견이 뒤섞였고요.
"레깅스는 요즘 여성들의 평범한 일상복"이라는 재판부의 판단에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은 3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 받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의복이 몸에 밀착해 굴곡이 드러나는 경우도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대상인 '신체'에 해당할 수 있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레깅스 문화에 대한 변동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예컨대 레깅스가 수치스럽고 민망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레깅스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적어질 거고 레깅스를 입고 다니는 게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입고 다니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라고 부연하며, 레깅스가 이른바 '주류 문화'가 될지 '하위 문화;가 될 지 결정된다는 겁니다.
'베트남 관광객 요가'와 관련해선 앞서 문화재 훼손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레깅스 복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자유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복장에 관련된 부분도 때와 장소에 맞춰서 입어야 되는 게 맞다. 만약 그런 부분에 관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했다고 한다면 그것도 고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경복궁 담벼락에 기대 요가한 베트남 여성
다만 복장과 상관 없이 "국가유산에 몸을 기대서 요가를 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잘못된 행위"라며 "이런 일이 재발 하지 않도록 조치가 좀 필요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경복궁 밖 행위라 제지 근거가 없다고 밝힌 가운데, 김 교수는 "넓게 보면 고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은 고궁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과연 여길 신성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번 논란과 관련해 "다소 '외국인 레깅스'가 아닌 '베트남 레깅스'라고 얘기가 나오는 건 나라 차별 의식이 발현된 것 같다. 단언하긴 어렵지만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미국, 영국, 프랑스인도 아니고 베트남인이 와서 레깅스를 입고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