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트렌드가 된 두 가지 아이템이 있다. 하나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가사로 일찌감치 ‘수능금지곡이 된 로제의 노래 ‘아파트(APT.)(ROSÉ & Bruno Mars). 그리고 하나는 3년 전에 출시됐으나 최근 온라인상에 ‘내 새끼 자랑 포스팅으로 역주행 가도에 오른 닌텐도 모바일 게임 ‘피크민 블룸이다.
로제 ‘APT. 새 기록 갱신 중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협업곡 ‘아파트(APT.)가 K팝 여가수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로제의 소속사 더블랙레이블은 지난 10월 30일 ‘APT.의 뮤직 비디오가 유튜브 조회 수 2억 뷰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19일 공개된 지 11일 만으로 이는 K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 최단 기록이다. 5일 만에 1억 뷰를 돌파한 데 이어 빠르게 기록을 갱신한 것.그뿐만이 아니다. 곡 발매 7일 만에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1억 스트리밍을 기록했으며, 10월 29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HOT 100에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APT.(ROSÉ & Bruno Mars)(사진 더블랙레이블)
또 국내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APT.가 1위에 오르자, 브루노 마스는 지난 10월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한글로 된 소감문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글에서 브루노 마스는 ‘한국 팬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 첫 음방 1위 해서 아침 내내 울었어요”라며 1위할 수 있도록 도와준 로지(로제) 너무 고맙고, ‘아파트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Love(러브), Bruno(브루노) 오빠라고 전했다.‘APT.는 로제가 오는 12월 정식 컴백을 앞두고 발매된 선공개 싱글로, 첫 번째 정규 앨범 [rosie(로지)]에도 수록될 예정이다.
(사진 더블랙레이블)
‘APT., 한국에선 재건축 성공”, 해외에선 ‘중독성 있는 멜로디
‘APT.의 인기는 단순히 노래를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먼저, 글로벌 팬들 사이에선 쇼츠, 릴스,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안무 챌린지, 아파트 게임 방법 등의 밈 영상이 퍼졌다. 국내에서도 Z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까지 아파트, 아파트”를 외치는 데는 각 세대가 함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친근한 콘텐츠라는 데 기반한다. ‘APT.는 우리나라 술 게임에서 로제가 아이디어를 얻어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해 완성시킨 노래이다. 여기에 기성세대에게 본래 익숙했던 노래, 윤수일의 ‘아파트(1982년)까지 함께 끌어 올려지며 더욱 화제가 됐다. 로제의 ‘APT.와, 빠른 템포와 경쾌한 리듬으로 인기를 얻었던 윤수일의 ‘아파트를 절묘하게 섞은 여러 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이에 가수 윤수일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내 노래를 재건축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2024. 10. 29, 연합뉴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이 밖에도 국내 유명인들의 각종 ‘APT. 커버 영상도 하나의 볼거리다. 먼저 가수 배기성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APT. 커버 영상을 업로드했는데, 이를 본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내 생에 청약은 온다(@찬***), ‘재건축 결정에 신나신 조합장님(@A******) 등 그룹 캔의 노래 제목(‘내 생애 봄날은 간다)을 패러디한 댓글이나, 배기성 특유의 거친 보이스를 강조하는 재치 있는 댓글들을 남기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빵송국도 바통을 이어갔다. 코미디언 곽범, 엄지윤이 각각 브루노 마스와 로제의 스타일대로 등장해 ‘APT. 뮤직비디오 영상을 커버했다. 영상 제목은 ‘jaegunchuk APT. (not Official Music Video) 재건축 아파트(공식 MV 아님). 이름부터 절묘한 ‘재건축 아파트는 본 ‘APT. 영상의 썸네일부터 안무, 배경, 디테일한 장면까지 살린 것이 특징이다. 오리지널을 너무 잘 살린 것이 시청 포인트가 된 것. 누리꾼들은 ‘테무에서 샀는데 퀄리티가 좋아 당황스럽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져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jaegunchuk APT.(재건축 APT.)(사진 빵송국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모바일 게임 피크민 블룸, 2024년 3년 만에 역주행?
닌텐도의 인기 IP(지식재산권) ‘피크민을 활용한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 ‘피크민 블룸이 10~30대 사이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피크민 블룸은 지난 2021년 첫 출시됐다. 출시된 지 3년이 지난 모바일 게임이 갑자기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닌텐도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 ‘피크민 화면(사진 닌텐도, 구글플레이 스토어)
먼저 피크민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에서 시작해보자. 닌텐도는 피크민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여러분의 주변에 잔뜩 있지만 눈에는 보지 않는 신비한 생물이라고 설명한다. 머리에 잎이나 꽃을 달고 다니는 피크민들은 마치 자연 속에 존재하는 요정 같다.피크민 블룸 속 피크민의 시작은 ‘모종이다. 모종을 주워 키우면 기본 7종류(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보라색, 흰색, 돌멩이, 날개 등)의 피크민 중 랜덤으로 등장한다. 피크민의 주식(?) 역시 정수(깨끗한 물)다. 플레이어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내가 가지는 피크민 종류도 늘어나며, 총 300마리까지 모을 수 있다.
기존 닌텐도 게임이 어드벤처 형이었다면, 모바일 버전인 피크민 블룸은 ‘산책과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한다. 걷기를 즐겁게 하는 것이 목표인 게임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산책을 하기만 해도 피크민 육성이 가능하다. 어쩌면 단순한 기능일지도 모르지만 여러 유저들이 큰 어려움 없이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세대에게 이 게임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다.
SNS 인증 부르는 나만의 특별한 캐릭터
출시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최근 Z세대 사이에서 ‘피크민 역주행 열풍을 체감해볼 수 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이인덱스를 살펴보면 피크민 블룸 앱의 마켓별 다운로드 순위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10위 권, 앱 스토어에선 20위 권 내에 있다(기사 작성일 2024년 10월 30일 기준). 지난 9~10월 초와는 현저히 다른 모습이다. 이 같은 역주행의 원인으로 우선 피크민 블룸의 서비스 및 기능을 살펴보도록 하자.피크민 공식 영상(사진 한국닌텐도 유튜브 갈무리)
먼저 ‘걷기, ‘러닝 등 가벼운 아웃도어를 즐기는 인구가 많아진 것이 ‘산책 게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비스 기능 중 버섯을 파괴하거나(탐험 챌린지), 친구 신청을 통해 사용자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 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나의 현 위치에 따라 증강현실 속 등장한 버섯을 파괴할 수 있는데, 다른 유저들과 힘을 합쳐 버섯 파괴에 성공하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특별 임무 또한 재미 요소.무엇보다 흥미로운 기능은 피크민의 코스튬이다. 피크민이 심부름을 다녀오면서 주워온 물건을 몸에 착용하거나, 혹은 친밀도에 따라 ‘데코피크민이 된다. 피크민이 착용하는 물건은 보통 모종을 주운 장소, 즉 내가 자주 가는 장소의 특징과도 관련이 있다. 카페를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커피 데코피크민을, 역에서 모종을 찾는다면 종이 기차를 쓴 데코피크민을, 영화관에서 모종을 찾는다면 팝콘 데코피크민이 될 확률이 높다. 혹은 특정 이벤트 시기에 얻는 특별한 데코 에디션도 쏠쏠한 편. 지난 할로윈 시즌에는 호박 유령 모양의 옷을 입거나, 사탕을 들고 있는 데코피크민이 등장했다. 이러한 데코피크민의 기능은 특히 Z세대에게 호기심을 끄는 요소로 보인다.
(사진 피크민 게임 화면 갈무리)
닌텐도 인기 게임인 ‘포켓몬 고가 기존 ‘포켓몬 시리즈를 통해 사랑받던 캐릭터들이 등장했다면, 피크민 블룸은 ‘신비한 생물 피크민을 평소 자신의 행동 반경에 따라 레벨을 키우거나, 개성 있는 캐릭터로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자 특징이다.X(구 트위터) 유저들 사이에선 자신의 데코피크민 캐릭터를 자랑하거나, 이벤트에서 얻은 아이템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밖에도 피크민이 탐험을 떠나 찍어온 사진을 공유하고, 자신의 기존 앨범에 있는 사진과 피크민을 합성하기도 하는 등 ‘2차 창작물을 통해 입소문을 높이는 것 또한 Z세대를 위시한 새로운 유저를 유입시키는 하나의 요인으로 보인다.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더블랙레이블, 한국닌텐도, 각 유튜브 채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4호(24.11.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