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이 직무정지 우려도…이재명 공소유지 차질 불가피
"개별 기관장 탄핵, 본질 안 맞고 정치적…현 제도 보완해야"
"개별 기관장 탄핵, 본질 안 맞고 정치적…현 제도 보완해야"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무혐의 처분을 이유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을 추진합니다. 지방검찰청 중 인원이 가장 많고 수사 건수는 약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추적 기관인 서울중앙지검의 지휘 공백으로 각종 사건 처리에 차질이 생기는 등 '수사 마비' 사태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3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달 28일 국회 본회의에 이 지검장 탄핵소추안을 올릴 예정입니다. 중앙지검이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해 면죄부를 줬다는 이유입니다.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는데, 본회의에 올라가면 압도적 과반인 민주당의 주도로 가결이 확실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에서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안이, 그것도 무혐의 처분을 이유로 가결되는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가결될 경우 직무 수행은 즉시 정지되고, 헌법재판소 심리를 거쳐 탄핵이 결정되면 면직됩니다.
직무정지 기간은 짧지 않을 전망입니다. 앞서 소추된 현직 검사들 사례에 비춰보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1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통상 검사의 인사 기간이 1년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인사 자체가 무력화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처남 마약사건 수사 무마' 등 비위 의혹으로 지난해 12월 1일 탄핵소추된 이정섭 검사의 경우 올해 8월 29일 소추가 기각돼 약 9개월 만에 직무정지에서 벗어난 바 있습니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 중인 손준성 검사장은 지난해 12월 1일 탄핵소추안 의결 뒤 11개월째 복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회가 퇴임 헌법재판관 3명의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아 헌재가 6인 체제로 운영 중인 상황을 고려하면, 앞선 사례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중앙지검/사진=연합뉴스
이 지검장 직무가 정지되면 중앙지검의 수사와 공소 유지 업무는 큰 타격을 입습니다. 행정 업무와 달리 수사 업무 특성상 검사장의 결심이 중요하고 강제수사 돌입 등에는 신속한 판단이 필수인데, 수장 부재로 적시에 결정하지 못하면 범죄대응 역량이 크게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에 따라 형사부 사건을 지휘하는 1차장검사가 지검장 직무를 대리하게 되는데, 2∼4차장 산하 공공수사부나 반부패수사부 사건까지 모두 지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최종 책임을 지는 검사장이 없으면 수사팀은 사건 처리에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어 중요 사건 처리가 늦춰질 것"이라며 "대검찰청과 업무 협의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차장검사도 "중앙지검 사건 목록 자체가 상당한데, 1차장 대행 체제에서 다른 차장 산하 사건에 적극적인 방향을 제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위증교사 혐의 사건의 공소 유지 역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중앙지검은 이 사건들에 대해 수사 검사가 기소 후 재판(공소유지)까지 직접 관여하는 '직관'을 하고 있습니다. 15일과 25일로 각각 예정된 이들 사건의 1심 선고 직후 이 지검장이 탄핵소추된다면 지휘 공백 속에 항소 여부와 전략 등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밖에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외유성 방문 및 샤넬 재킷 미반납 의혹, 현역 의원 다수가 연루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 등도 수사 차질이 예상됩니다.
때문에 다수당 결정만으로 얼마든지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현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공무원이 헌법을 침해했을 때 파면하고자 만든 탄핵 제도의 본질에 맞지 않게 국회의 권한 남용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고검장 출신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국회가 최고 책임자가 아닌 개별 기관장이나 검사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굉장히 정치적"이라며 "호랑이를 잡아야 할 총으로 토끼를 잡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탄핵안만 통과되면 바로 직무정지가 돼 버리는 현 제도는 국가 기능을 훼손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적어도 '직무정지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