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 의사를 분명히 한 특별감찰관과 친윤계가 반대 명분으로 내세운 북한 인권재단은 8년째 여야 사이에서 공전하는 사안입니다.
여당에서 언급하고 있는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공직자를 감찰하는 독립 기구입니다.
박근혜 정부 때 처음 도입됐고, 지난 2015년 3월 초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임명돼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 비위를 감찰해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활동을 시작했지만, 1년 반 만에 사퇴한 이후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인 지금까지 8년째 자리가 비어있는 상황입니다.
특별감찰관 도입 필요성은 계속 거론됐지만, 이와 연계된 북한 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거부하면서 여야 간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채 서로 촉구성 구호만 주고받았습니다.
북한 인권재단은 북한 인권 증진과 관련한 실태조사와 연구, 정책개발 등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이 역시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북한 인권법 통과로 설치 근거가 마련됐으나 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거부하면서 아직 공식 출범을 하지 못했습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여당은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과 야당의 북한 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연계해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고, 각종 특검법에 화력을 집중해온 민주당 역시 특별감찰관 임명에 큰 실익이 없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한 대표가 북한 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무관하게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은 여당 차원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과 북한 인권재단 이사 추천은 별개이자 특별감찰관 임명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우리 당의 대선 공약이라는 입장이고, 대통령실은 "북한 인권 문제는 당 정체성과 연결돼 있고, 북한 인권재단 이사 추천은 문제는 마치 가벼운 사안인 것처럼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또 당내 친윤계도 원내 사안이라는 절차적 문제, 그리고 북한 인권재단은 당의 정체성과 직결된다는 내용적 문제를 들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일단 의원총회를 열어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문제를 논의할 방침인데, 여당 내에서 의견이 모이더라도 야당과의 협의를 다시 거쳐야 합니다.
특별감찰관은 여야 협의로 후보 3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이 가운데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하는데, 이른바 윤-한 갈등에 여야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는 만큼,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가 얼마나 진전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정태진 기자 jtj@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