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에서 베이스 기타까지…즉흥 연주 스타일 개척
미국 록밴드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의 창립 멤버이자 베이시스트인 필 레시(84세)가 별세했습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레시의 부고는 이날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발표됐습니다.
이 성명은 "필 레시가 오늘 아침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며 "필은 주변 모든 사람에게 큰 기쁨을 줬고 음악과 사랑이라는 유산을 남겼다"고 했습니다.
성명에 구체적 사망 원인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레시는 이전에 전립선암, 방광암 등으로 투병했으며 C형 간염으로 간 이식을 받은 이력이 있다고 AP는 전했습니다.
레시는 언론 인터뷰에 거의 응하지 않는 등 대중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지만, 탁월한 연주 실력과 음악성으로 팬이나 록 음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미 언론은 평가했습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출신인 레시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클래식 교육을 받은 바이올리니스트로, 10대 때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교향악단에서 제2악장을 맡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14세 때는 트럼펫 연주도 시작했습니다.
그는 20대 중반이던 1965년 두 악기를 모두 내려놓고 우편 트럭을 운전하며 작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음향 엔지니어로 일하던 중 신생 록 밴드인 워록스의 멤버 제리 가르시아로부터 베이스를 연주해 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이후 그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았고, 가르시아 등과 함께 그레이트풀 데드라는 이름으로 록 밴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별세한 필 레시 / 사진=AP 연합뉴스 자료
레시는 가르시아와 함께 즉흥 연주 스타일을 개발해 공연마다 '마라톤 잼'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라이브 연주를 선보이며 팬을 끌어모았습니다.
그는 2009년 AP와 인터뷰에서 이런 공연 스타일에 대해 "항상 유동적이고, 우리는 즉흥적으로 알아낼 뿐"이라며 "리허설룸에서 그런 것들을 미리 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1940년 사무기기 수리공의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할머니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를 듣고 음악을 사랑하게 됐다고 나중에 회고했습니다.
또 바흐 같은 작곡가를 비롯해 대학 시절 빠져든 존 콜트레인, 마일스 데이비스 같은 재즈 거장에게서 음악적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1995년 가르시아의 사망으로 그레이트풀 데드가 해체된 뒤에는 '필 레시 앤드 프렌즈'(Phil Lesh and Friends)라는 이름으로 여러 음악가와 함께 공연했습니다.
말년에는 2012년 캘리포니아 북부 자택 인근에 연 레스토랑 겸 나이트클럽 '테라핀 크로스로드'에서 연주했습니다.
유족으로는 아내와 두 아들이 있습니다.
[김가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gghh7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