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Local Mania] 열린 책방이 된 옛 서울시청 건물…가을날의 서울도서관
입력 2024-10-25 13:44 
아직 서울에는 일제 강점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물론 그것이 다 청산해야 할 것은 아니다. 역사의 일부로, 혹은 우리에게는 부끄럽지만 보면서 각성해야 할 대상이다. 그중 광화문을 시작으로 4개의 대표적인 일제강점기의 건물이 있었다. 구 조선총독부인 국립중앙박물관 즉 중앙청, 구 서울시청 건물, 한국은행 본점 그리고 구 서울역사이다.

하늘에서 보면 일본 제국을 뜻하는 ‘일日 모양으로 지어진 구 조선총독부는 1995년 역사바로세우기 일환으로 철거되었다. 당시 보존과 철거 논쟁이 많았지만, 경복궁을 가로막고, 북악산의 정기를 누르기 위해 일제가 세운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구 서울시청, 지금의 서울도서관 건물 역시 일부 역사학계에서는 덕수궁의 상징적 의미를 말살하기 위해 일제가 1926년에 완공한 경성부 청사이다. 조선총독부, 경성부 청사, 한국은행 본점, 구 서울역사, 이 모든 건물들의 공통점은 돌, 철근콘크리트 그리고 르네상스 양식이란 점이다. 이 중 경성부청사는 해방부터 2008년까지 서울특별시청사로 쓰였다. 이후 시청이 새 건물로 이전, 용도를 고민하다 2012년 서울도서관이 되었다.
원래 조선 한성부 청사는 광화문 육조거리에 170여 칸의 큰 건물로 있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자리에 있었고, 1926년부터는 지금의 자리에 있었다. 구조는 철근콘크리트 라멘조 형식으로 기둥과 보에 바닥은 슬래브, 중앙 옥탑은 코어 형, 위에 트러스 지붕을 얻었다. 바닥과 벽은 화강석, 대리석, 모자이크 타일, 창호는 약 800여 개에 이르는 큰 건물이다. 원래 이 터는 습기가 많고 연약한 지반이라 많은 파일(pile, 기초 공법 중 하나)과 소나무 원목을 땅에 박아 지반을 보강했다고 한다.
이 건물은 현재 자유로운 열린공간인 도서관이 되었다. 안에는 약 57만 권의 도서, 410여 종의 간행물이 있고 서울시 거주자, 서울소재 학교나 직장인은 누구나 이용(대출, 예약 등)할 수 있다. 도서는 7권을 15일 동안 대여할 수 있고, 영화, 애니메이션DVD, 오디오북은 3점을 15일까지 대여할 수 있다.
총 5층의 건물은 1층은 일반 자료실1, 아동자료, 기획전실, 장애인자료실, 2층은 일반자료실2, 계단형 열람실, 정기간행물, 디지털 자료실이 있다. 3층부터는 옛 서울시청의 자료와 기록, 원형을 보존해놓은 공간이다. 시장집무실, 접견실, 기획상황실, 그리고 건물의 다양한 기록들이 있다. 4층은 세계자료실과 역시 이 건물을 개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각종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5층은 하늘뜰 공원이다. 푸른 나무와 다양한 꽃이 심어져 있는데 무엇보다 탁 트인 시야가 100점이다. 하늘뜰에서는 서울시청앞 광장, 세종로에서 광화문, 덕수궁 등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도서관이 많은 나라는 ‘부자나라다. 시청앞 광장을 지나칠 때 언제 한 번 방문해보자. 잠깐 시간 여행하듯 옛 건물에서 책을 읽는 묘미는 색다르다.
[글과 사진 장진혁(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2호(24.10.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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