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빙초산을 음료수로 착각해 건넨 시각장애인…이웃 사망
입력 2024-10-25 07:58  | 수정 2024-10-25 08:07
울산지법. / 사진=연합뉴스 자료
재판부 "타인에게 음식물 건넬 때 확인할 의무 있어"
빙초산을 비타민 음료수로 착각하고 이웃에게 마시게 해 숨지게 한 시각장애인이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울산지법 형사4단독 정인영 부장판사는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80대)에게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오늘(25일) 밝혔습니다.

시각장애 1급인 A 씨는 지난해 9월 울산 자택 인근 평상에서 이웃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70대 B 씨와 C 씨 목소리가 들리자, 집에서 비타민 음료수를 꺼내 와 건네줬습니다.

이를 받아서 마신 두 사람 중 B 씨는 별다른 이상이 없던 반면, C 씨는 곧바로 속이 답답하다고 호소하면서 화장실로 가 구토를 했습니다.

옆에서 보던 다른 이웃이 C 씨가 마셨던 음료수병을 들고 근처 약국으로 찾아가니, 약사는 "마시면 안 되는 것이다"고 알려줬습니다.


결국 119 구급대가 출동했고, C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받던 중 사망했습니다.

조사 결과, 시각장애인인 A 씨가 빙초산을 비타민 음료수로 착각해 C 씨에게 건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시각장애인으로서 문자를 볼 수 없고, 색깔을 구별할 수도 없으며 눈앞에 움직임이 없으면 사물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과실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A 씨가 시각장애인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음식물을 건넬 때 독극물은 아닌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즉, 자신이 시력이 나빠 구분할 수 없다면 주변 사람에게 음료수병이 맞는지 물어보고 확인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A 씨가 B 씨에게 건넨 비타민 음료수병은 매끈하지만, C 씨에게 건넨 빙초산 병은 주름이 있어 A 씨가 촉감으로라도 서로 다른 병인 것을 구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봤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다만,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이 받은 병의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마신 점, 유족들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나이 등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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