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강, 하니는 SNL '풍자 대상'? [올댓체크]
입력 2024-10-24 07:00 
'SNL코리아' 시즌6 방송 화면/ 쿠팡플레이 방송 화면 캡처
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대선급 유력 정치인에게도 굴하지 않고 성역 없는 질문을 던지며 풍자 코미디로 사랑받아온 OTT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가 구설에 올랐습니다.

뉴진스 멤버 하니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 묘사가 발단입니다.

베트남계 호주인인 하니의 어눌한 한국어 말투를 연기하는가 하면 소설가 한강의 나긋한 말투와 실눈 뜨는 모습을 웃음의 소재로 삼은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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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코리아' 시즌6 방송 화면/ 쿠팡플레이 방송 화면 캡처


누리꾼들은 "풍자는 권력이 잘못한 사실을 웃기게 표현한 거고, 조롱은 아무 대상이나 우습게 만드는 거다. 노벨문학상 수상과 국정감사에 진지하게 임한 태도에 권력이 있나?", "풍자가 아니라 조롱이 되는 순간 욕 먹어야지", "외국인 비하 맞다. 언어 발음 가지고 조롱하는 건 굉장히 수준 낮은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정치인 전부 풍자하면서 왜 유명인 하나 흉내도 못하게 하나. 풍자도 선택적인가?", "이 사람 따라하면 비하고 저 사람 따라하면 개그인가. 개그는 개그일 뿐. 상대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비판하는 게 더 차별 같다", "애초에 누군가를 모욕주기 위함이 목적이 아니라 함께 웃고 즐겁자는 취지인데 이런 패러디 작품에 너그러웠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는 입장도 있었습니다.

기사 댓글 캡처


전문가들은 '풍자'와 '조롱'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떤 뉘앙스로 했는가에 따라 완전 새로운 느낌을 주기도 하고, 똑같은 대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풍자를 했는가에 따라 또 느낌이 달라진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풍자의 정도가 도를 넘어서면 조롱이 된다. 우리 사회엔 도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뉴진스 하니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다만 '하니나 한강이 풍자 대상일까'라는 질문엔 두 사람 모두 의구심을 표했습니다.

정덕현 평론가는 "권위적인 요소들을 풀어서 희화화한다거나 비판적인 지점이 있어서 그걸 가지고 와서 웃음으로 바꿔 놓는 등 선택을 하는 건데 지금 하니나 한강이 그런 대상이 됐는가 하는 부분들은 약간 의구심이 있다"며 "'한강이 권위적인가?' 아니면 '뭔가 잘못된 지점들이 있었나?'를 생각해보면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명호 교수도 "정치 영역에선 훨씬 더 풍자의 허용 범위가 크지만 문학이라는 영역에선 많은 시민들이 지켜줘야 된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정덕현 평론가는 "하니 같은 경우 한국말이 좀 서툴고 어눌한데, 사실 지금 한국에 상당히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와서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을 희화화한다는 건 문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그래서 약간 차별하는 듯한 뉘앙스를 가질 수도 있다"며 "그래서 사람들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명호 교수는 '동일시 효과'를 언급했습니다. SNL 코리아가 선택한 풍자 대상과 '나 자신'이 비슷하다고 여겨지면 화가 난다는 겁니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임명호 교수는 "나도 어릴 땐 글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그런 글들을 쓰고 싶었다면 한강 작가와 닮은 데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심리적으로 볼 때 나랑 가깝다고 여겨지는데 이런 대상을 조롱하거나 풍자를 하면 더 화가 나게 되는 것"이라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지켜줘야 된다는 심리도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한강 작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벨상까지 받았으니 동일시 효과는 더 커졌을 거란 게 임명호 교수의 설명입니다.

SNL 코리아는 그동안 화제가 되는 인물의 특징을 잘 잡아 패러디하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그 패러디가 무분별한 인신공격이나 조롱에 그치지는 않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덕현 평론가는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책임도 따른다. 표현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이니 풍자와 조롱의 경계를 자주 넘나들어서 대중들이 불편하다고 느껴 떠나게 된다면 그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며 "어떤 노선을 가지고 풍자를 할 것인가를 좀 더 명확하게 해줘야 대중들이 콘텐츠를 볼 지 말지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임명호 교수는 "상대방에 대해 내가 조롱하는 건 아닌지, 나는 그냥 풍자한 건데 상대방이 보기엔 조롱이나 폄하라고 생각되는 건 아닌지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쿠팡플레이 측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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