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줄서기 왜 해요, 돈 있는데" [올댓체크]
입력 2024-10-22 07:00 
미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 / 사진=EPA 연합뉴스
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디즈니가 기본 입장권 가격의 4배에 달하는 ‘번개패스(Lightning Lane Premier Pass)를 출시하며 줄서기에 대한 누리꾼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단 디즈니의 번개 패스는 기다림 없이 원하는 놀이기구를 바로 탈 수 있는 상품으로, 기존에 이용 시간을 미리 예약해야 했던 '번개 싱글 패스'나 '멀티 패스'와는 차별화된 서비스입니다.

이 티켓은 소수의 방문객만이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각 날짜와 당일 수요에 따라 하루 요금이 다르게 책정됩니다.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서는 1인당 400달러(약 54만 원)에, 플로리다 올랜도의 디즈니월드에서는 최저 129달러(약 17만 원)에서 최대 449달러(약 61만 원) 정도입니다.

결국 가격 차별적 접근을 통해 일부 이용자들이 빠르게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건데, 부유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결국 더 많은 소비자가 대기 시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진=네이버 뉴스 댓글 캡처

일부 누리꾼들은 부유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티켓”, 돈 내고 새치기지 뭐냐”, "동심이 아닌 돈심의 상징" 등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심지어 이제 시간도 돈으로 살 수 있네” "돈으로 다른 사람의 시간을 뺏는 거다"며, 부유층이 점점 더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놀이동산이 공공재도 아니고 이게 왜 논란이냐? 파는 사람 마음이지”, 여객기의 퍼스트, 비즈니스, 이코노미 좌석 구분이랑 다를 바 없다”며 이 상품을 자본주의 사회의 당연한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의견도 있습니다. ”공연에서 비싼 돈을 주고 지정 좌석 사는 것과 같다” ”돈으로 편의를 산다는 것이 왜 문제가 되냐”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얼마 전 불꽃 축제 명당을 놓고도, 또 명품 오픈런 때도 '줄서기 알바'까지 나왔고요.

이미 국내 주요 놀이공원에서도 추가 요금을 내면 일반 대기줄에 서지 않고 빠르게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패스권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돈으로 시간을 산다는 개념, 어떻게 봐야할까요.

전문가들은 일단 자본주의 사회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명지대 경제학과 우석진 교수는 돈을 내고 줄을 서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더 많은 기구를 탈 수 있으니 이것을 사고팔면 어떨까라는 생각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만 모든 걸 허용하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하루에 세 개 정도로 제한하는 등 절충안이 필요할 것 같다”며 놀이공원 측에서 이렇게 번 돈을 가지고, 돈이 없어서 놀이공원 서비스를 즐길 수 없는 대상을 위해 환원하는 제도도 같이 간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성대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도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시간을 돈으로 산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동의한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또한 놀이공원이 멀리서 온 사람들에게는 시간이 더 귀중할 수 있음을 언급하며, 이런 상품이 그들에게 시간적 이익을 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정종현 교수는 기업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서 기다리지 않고 빨리 어떤 걸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일들은 당연히 돈을 내고 해야 되는 일 아닐까”라고 반문하며, 이러한 현상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필연적인 흐름임을 지적했습니다.

올랜도 디즈니월드에서 열린 퍼레이드 /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번개패스로 한정 지어 생각해본다면, 자녀 간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심리학과 김명언 교수는 일차적으로 아이들보다 부모들이 어떻게 해서든 자기 아이들에게 사주려고 하는 마음을 갖을 것”이라며 그래서 아이들은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단 ‘우리 부모님도 이런 걸 해준다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면 못 갖는 애들한테는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김 교수는 디즈니에서 해당 패키지를 만들 때 ‘부모들의 경쟁심을 마케팅으로 이용했을 것 같다고 추측했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 기자 jeong.minah@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