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얼차려' 피해 훈련병들, 가해 지휘관들에 엄벌 탄원
입력 2024-10-21 09:43  | 수정 2024-10-21 09:45
구속 심사 마친 '얼차려 훈련병 사망' 중대장/사진=연합뉴스
합의 의사 없음에도 계속 합의 요구 전달한 국선 변호사 해임
새로운 법률대리인으로 숨진 박 훈련병 유가족 법률대리인을 선임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일명 얼차려)으로 숨진 훈련병과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함께 훈련받았던 학대 피해 훈련병들이 가해 지휘관들과 합의·선처할 뜻이 없음을 밝히며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오늘(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숨진 박모 훈련병과 함께 얼차려를 받았던 훈련병 3명은 최근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해임했습니다.

이들은 군기훈련을 실시한 중대장 강모(27·대위)씨와 부중대장 남모(25·중위)씨에 대해 선처를 목적으로 합의할 의사가 없음에도 가해자들의 합의 요구를 관성적으로 전달해 온 국선변호사를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해 지휘관들은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통해 중대장 300만원·부중대장 500만원의 합의금을 제시했으나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의 반복적인 합의 시도에 거부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선변호사를 해임한 훈련병 3명은 박 훈련병 유가족 측 법률대리를 맡은 강석민 변호사를 새로운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로써 생존 훈련병 5명 중 4명이 국선변호사를 해임했습니다.

가장 먼저 국선변호사를 해임한 훈련병 A씨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기도 했습니다.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수료식/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강씨와 남씨의 지시로 완전군장 상태로 보행, 뜀걸음, 선착순 한 바퀴, 팔굽혀펴기 등 규정에 어긋난 방식의 군기훈련을 받는 방법으로 학대·가혹행위를 당했습니다.

당시 함께 군기훈련을 받았던 박 훈련병은 훈련 도중 쓰러졌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열사병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습니다.

생존 훈련병들은 법정에서 증인석에 올라 "살면서 느꼈던 것 중 제일 힘들었다", "힘듦의 정도가 1에서 10으로 따지면 10이었다"며 가해 지휘관들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강씨와 남씨는 법정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공판에서 강씨는 남씨로부터 '완전군장 상태로 군기훈련을 진행하겠다'고 보고받고, 훈련병들이 입소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완전군장에서 무거운 물품을 뺀 가군장 상태로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남씨는 "완전군장 상태로 진행하겠다고 보고했다는 기억이 없으며, 강씨가 가군장을 지시한 적도 없었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습니다.

A씨 등 피해자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강석민 변호사는 "A씨가 사건 이후 PTSD 진단을 받은 점을 고려해 학대치상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다음 재판은 내달 12일 열립니다.

[김유민 디지털뉴스부 인턴 기자 mikoto230622@gmail.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