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북한, 우크라이나전 파병에 전세계 '긴장 고조'
입력 2024-10-19 14:53  | 수정 2024-10-19 14:57
우크라군 SPRAVDI가 러시아군 장비를 수령하는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공개한 영상/사진=연합뉴스
파병 북한군 두고 "결정적 역할 가능성 낮아" vs "우크라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
북한군 가세에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파병론 재점화 가능성도
"극도로 우려스럽고 심각한 전개"…글로벌 안보 악재임은 분명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전에 파병했다고 국가정보원이 확인하면서 북한의 이번 움직임이 고전 중인 우크라이나에 다시 한번 타격을 주고 전 세계의 안보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크라 전쟁에서 북한군의 역할과 전세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아직 다르지만, 북한의 행태가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글로벌 안보에 추가 악재가 될 것이라는 공감대는 분명해 보입니다.

영국 포츠머스대 전쟁학 부교수이자 군사 전문가인 프랭크 레드위지는 18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i뉴스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북한군을 최전선 전투에 투입하기보다는 공병 업무, 트럭 운전, 참호 파기, 차량 수리와 같은 지원 역할에 이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씰(Navy SEAL) 출신의 군사 전문가인 척 파러도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포스트에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직접적인 전투에 참여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면서 "현 정보에 기반했을 때 도네츠크에 있는 북한 부대에는 북한 전략군, 미사일 병사, 기술자, 로켓포 전문가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파러는 또 "우크라이나군은 10년 이상 전투 경험이 있는 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최정예 부대들로부터 훈련받았다"면서 "반면, 북한은 70여 년 전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래 대규모의 실제 전투 작전을 벌인 적이 없다"고 비교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파러는 북한군 파병이 러시아의 전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이와 반대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파병으로 우크라이나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바뀔 수도 있다고까지 예상했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군이 전투 경험이 없을 수도 있으나 그들은 신병이 대다수인 러시아군과는 다르다"라면서 "그들은 오랫동안 군에 있었고 결속력이 있다. 그들은 그곳에 가서 상당히 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는 러시아가 약간의 우위에 있는 교착 상태지만 (북한의 파병은) 전쟁을 아마 단축시킬 수도 있다"면서 "러시아가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1년 정도면 전쟁이 끝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군의 러시아군 지원이 '게임 체인저'가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우크라이나군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프랭크 레드위지는 우크라이나가 이미 엄청난 압박을 받으며 전쟁에서 지고 있는 국면에서 북한이 가세한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레드위지는 "현 상황은 그들(우크라이나)에게 매우 위험하다. 향후 몇 달에 걸쳐, 그리고 앞으로도 진짜 나아갈 방법이 없다"면서 "어떤 분야나 역할에서든 러시아군의 증강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불리한 것으로, 피해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사진=연합뉴스


북한군이 전장에서 어떤 활동으로 어떤 기여를 하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글로벌 안보에 해악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은 이구동성으로 쏟아집니다.

일단 우크라이나는 3차 세계대전을 운운할 정도로 신경을 세우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7일 북한이 약 1만 명 파병을 준비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히면서 "세계대전을 향한 첫 단계"라고 긴장을 고조시켰습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북한이 무기와 인력으로 러시아의 침략을 돕고 있다"며 "러시아가 북한을 전쟁 당사자급으로 참여시켜 침략을 심각하게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한때 파장이 일었던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파병론이 북한군 가세에 따른 상황 변화 때문에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8일 북한의 파병 결정에 대해 "현재까지의 우리의 공식 입장은 '확인 불가'이지만, 물론 이 입장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토프 르모안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만약 이 정보가 확인되면, 이는 극도로 우려스럽고 심각한 전개"라고 밝혔습니다.

극심한 소모전의 형태로 2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전이 양측의 자원 확보와 함께 더 길어질 가능성도 관측된다.

전 영국군 장교였던 군사 분석가 저스틴 크럼프는 현 상황은 우크라이나가 서방 동맹국에서 더 많은 지원을 얻을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며 우크라 전쟁이 더 장기화 될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완전한 승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크라이나가 유리한 위치에서 종전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지원 명분인데, 북한군의 파병, 포탄과 미사일 제공이 지속되면 서방으로서도 우크라이나가 밀리지 않도록 계속 자원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유럽 정상들과의 고별 회동에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큰 국가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작은 국가를 공격하고 괴롭히는 침략이 만연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하면 별것 아님을 명심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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