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아이폰과 갤럭시, 갤럭시와 아이폰의 대결 구도는 비단 글로벌 기업 간 경쟁에서 오는 긴장감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을 주고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 보이넥스트도어의 '애플 착장'에 대한 반응을 보면 이 같은 긴장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요,
보이넥스트도어는 지난 11일 공연 차 출국 당시 아이폰 뒷면을 카메라를 향해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다같이 셀카를 찍는가 하면 애플의 헤드셋도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계약 끝났는데?",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누리꾼들은 "사용하는 건 자유지만 기본 매너는 지키자", "애플 쓰는 게 무슨 자랑거리 인 양", "본인들이 찍는 광고에 대한 믿음을 대중에게 어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돈벌이로 생각한 것" 등 대부분 강한 비판을 내놨습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제품 협찬, 모델 선정, 행사 초대, 음악방송 현장에 커피차 선물 등 이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기사 댓글 캡처
또 "젊은 애들 중 갤럭시 쓰는 애들 다시 보게 됨. 정말 좋아 보임", "요즘 갤럭시가 아재 이미지가 강해져서 10~20대에 선호도를 완전히 잃었다", "아이돌 광고한다고 20~30대 아이폰 유저들은 갤럭시 안 쓴다"며 세대 별로 선호하는 기업이 다르다는 점을 짚는 댓글도 다수 있었습니다.
"차라리 갤럭시 사용하는 연예인들 지원해주는 게 더 좋겠다"며 삼성 마케팅에 충고하는 조언도 눈에 띕니다.
지수 SNS
지난 2021년에는 블랙핑크 멤버 지수가 아이폰으로 거울 셀카를 찍은 사진을 올리며 "와우, 겨우 바꿨다"는 SNS 게시글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는데요, 과거 블랙핑크가 삼성 갤럭시 A80 광고를 찍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아이폰이 뭐길래 매번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걸까요?
먼저 전문가들은 애플의 마케팅 전략이 유효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먼저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한 입 깨문 사과 등 아이폰이 처음 나올 때 그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고 신선했다. 사람들은 첫 이미지를 계속 가지고 가게 되는데 애플이 이 현상을 굉장히 유지를 잘해왔다"며 "아이폰은 처음 나올 때부터 세대 간 이미지를 확 나눠버렸다. 아이폰을 들고 있으면 감탄을 하고, 갤럭시를 들고 있으면 올드한 느낌을 줘버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먼저 제시된 정보가 추후 알게 된 정보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 이른바 '초두효과'가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겁니다.
특히 곽금주 명예교수는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은 젊고, 모던하다는 이미지까지 형성되면서 '후광효과'도 나타났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싼 가격 ▲혁신의 이미지 ▲기술적 접근성 등 아이폰의 특징 3가지를 꼽으며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좋은 요소들이 모여있다"고 말했습니다. 명품 가방을 구매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가 작동한다는 거죠.
이은희 교수는 "자동차는 이동할 때만 나를 표현한다. 하지만 휴대폰은 잘 때도 옆에 놓고 잘 만큼 24시간 나를 표현하는 제품"이라고 현대인에게 '휴대폰'이 어떤 존재인지 설명하면서 "(아이폰이) 소위 '아저씨'나 '아줌마'가 어려워서 쓸 수 없는 휴대폰이라는 콘셉트가 마련됐고 다소 불편하더라도 나는 극복했다는 걸 드러내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돌을 광고로 한 역효과는 왜 났을까요?
곽금주 명예교수는 "갤럭시는 협찬 받을 때만 사용했구나, 갤럭시 제품이 좋아서 사용한 게 아니구나 등 약간의 배신감을 느껴서 욕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갤럭시를 쓰는 아이돌을 보여줌으로서 아이돌처럼 되고 싶은 효과를 노린 거였을텐데 결과적으로 '난 협찬 받았으니까 한 것 뿐이야'가 되어버리니까 광고에 역효과가 나버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광고 모델을 너무 아이돌에 맞출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곽금주 명예교수는 "이미 아이돌은 아이폰이 장악하고 있다면 , 차별화된 전략이 있으면 좋다. 요즘 MZ세대들은 역사라든지 유물이라든지 이런 것에도 굉장히 관심이 많다. 멋진 중년층을 모델로 사용해서 전문성을 띤 지식층이 갤럭시를 쓰더라, 나도 저렇게 나이 들어가야겠다 등의 생각을 하게 겨냥하는 것도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은희 교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쓴 건 잘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협찬이나 계약이 끝나자마자가 아니라 적어도 계약이 끝나고 일정 기간까지는 경쟁사 제품을 쓰지 않도록 하는 등 소속사가 책임지고 교육했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