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럽 간첩단' 누명에 7년 옥살이…54년 만에 보상금 받는다
입력 2024-10-14 08:09  | 수정 2024-10-14 08:14
서울고법 전경. / 사진=연합뉴스 자료
20대 때 조작 사건 연루…80대 돼서야 무죄 선고
이른바 '유럽 간첩단'으로 몰려 20대에 억울한 옥살이를 한 공안 조작 사건의 피해자가 80대가 돼서야 재심으로 무죄 선고를 받은 데 이어 9억 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받게 됐습니다.


오늘(14일) 관보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이창형 남기정 유제민 부장판사)는 지난 4일 국가가 김신근(82) 씨에게 9억 120여만 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형사보상은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에게 국가가 구금이나 재판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 주는 제도입니다.

고려대 대학원생이었던 김 씨는 1966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유학하던 중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지령 서신을 전달하고 사회주의 관련 서적을 읽은 혐의(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로 기소돼 1970년 징역 7년·자격정지 7년 확정판결을 받아 복역했습니다.

이른바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함께 연루된 박노수 교수와 김규남 의원은 1970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돼 1972년 7월 집행됐습니다.


이 사건은 조작 사건이었고, 일단 박 교수와 김 의원 유족은 재심을 청구해 2015년 누명을 벗었습니다.

당시 법원은 두 사람이 수사기관에 영장 없이 체포돼 조사받으면서 고문과 협박에 의해 임의성 없는 진술을 했다고 인정했으며, 대법원은 2015년 무죄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함께 '간첩'이라는 누명을 썼던 김 씨도 2022년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김 씨를 불법으로 구금·연행한 중앙정보부가 폭행과 물 고문, 전기 고문을 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증거 대부분이 부적법하며, 남은 증거만으로는 김 씨에게 국가의 존립·안전 등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재심에서 김 씨가 여전히 일부는 유죄라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지난 7월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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