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내년부터 자녀 수와 관계없이 공무원 육아휴직 기간 전부가 승진 경력으로 인정된다는 내용이 최근 발표됐습니다.
또 육아휴직 수당도 오르고, 휴직 기간에 전액 지급될 방침인데요.
출산과 양육 친화적이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근무 여건 조성에 방점이 찍힌 정책인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사 댓글 캡처
누리꾼들은 "모든 사기업에서도 이런 제도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날이 오면 좋겠네요", "금전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양육을 위한 혜택을 주는 건 이해되지만 승진 경력 인정은 좀 아니다", "경험도 없는데 어떻게 조언하나", "이런 걸로 MZ 이탈 막는 거냐" 등의 반응을 내놨습니다.
또 "육아휴직으로 불이익 보는 건 없어야 하겠지만 같은 기간 동안 죽어라 일한 사람이랑 똑같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럼 동일한 근속년수에 육휴 3년자와 계속 일한 자, 둘 중 한 명만 승진한다면 두 사람을 동일 선상에 놓고 평가하라는 거냐. 이건 아니다"라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왔고요.
특히 "휴직이면 업무 스킬이 유지되기도 힘든데 그걸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건 단순히 인력 공백 문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인사에서도 나머지 인력이 희생하라는 거냐"며 직장 동료의 육아휴직에 남아있는 동료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라는 댓글도 공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처럼 우려도 적잖은데,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저출산 시대에 적합하다면서도 승진 평가의 합리적인 기준과 비육아휴직자에 대한 보상 필요성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 = 챗GPT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구미영 여성고용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육아휴직을 오래 쓰더라도 직장 커리어에 지장이 없게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게 인사혁신처가 설정한 방향"이라며 "자녀 수만큼 육아휴직을 충분히 쓸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설정했으면 그 정책에 맞춰서 필요 인력을 추계해서 대체 인력에 부족함이 없이 바로 배정될 수 있게 인력을 뽑아 놔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구 연구위원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쓰지 않은 사람들은 휴직자들의 업무를 나눠 가지는 부담을 갖고, 그렇다고 승진에서도 명확한 메리트가 없으면 당연히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동료들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해소하려면 '동료 업무 분담 수당'과 같은 대안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도 "혜택이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수도 있지만 저출산 시대에 방향성은 옳은 정책"이라며 "조기 취업한 학생들을 학점 줄 때도 A를 줄 것이냐 C를 줄 것이냐 고민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B 이상은 줘도 된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C만 줘도 된다고 한다. 이 사례와 비슷한 느낌인데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서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해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육아휴직기간을 경력으로 인정 받고 승진된 동료에 대한 직장 내 분위기는 어떨까요.
이에 대해 구 연구위원은 "(승진 근무 경력으로 인정 받는다고 해도) 바로 승진 우선순위가 되는 게 아니라 최소 승진을 위한 충족 기간을 인정해준다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장기간 휴직인 경우 복직 전 교육훈련이 제공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공무원 사회가 직무중심제가 아니라 연공서열제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 경력 인정은 어느 정도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공무원 사회는 연차가 쌓일수록 그 경험을 높이 사서 높은 대우를 해주니 실제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겁니다.
다만 공무원 급여 부분에서는 다소 생각이 다르다는 게 김 교수의 입장입니다.
김 교수는 "승진 경력 인정에 직급 승진 형평성의 논리를 갖다 대기 시작하면 원론적으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국가가 저출산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세금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승진 문제는 내부 논의면 충분할 것 같다"면서도 "급여 부분은 국민들의 세금이 들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관심은 공무원에만 적용되는 이 정책이 민간에도 확대될 수 있냐는 문제입니다.
구 연구위원은 "MZ 공무원들 퇴사율이 높은 상황에서 양질의 공무원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단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 사기업은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훨씬 많은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도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김 교수도 "그 회사의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기 때문에 강제할 순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국가가 먼저 나서서 저출산 정책에서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상징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는 게 맞다"며 "자꾸 이런 정책이 확산되면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생길 것이고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반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