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검찰, 김건희 여사·최재영 무혐의 '마무리'
입력 2024-10-02 14:36  | 수정 2024-10-02 14:44
김건희 여사, 파리 패럴림픽 선수단 격려 오찬 참석/사진=연합뉴스
검찰 "고가가방, 대통령 직무 관련 청탁으로 보기 어려워…우호 관계 유지용"
검찰이 수심위의 기소 권고 수용 안한 사례는 수심위 제도 도입 이래 처음
서울의 소리, 검찰 처분에 항고 입장…야당, 비판 여론 업고 특검 도입에 무게


검찰이 오늘(2일) 고가가방 등을 수수한 의혹을 받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수사 4개월 만에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김 여사에게 고가 가방 등을 건넨 최재영 목사도 같은 처분을 받았습니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김 여사가 고가 가방을 받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며 논란이 불거진 지 10개월 만입니다. 전담수사팀 구성 5개월 만의 결론이기도 합니다.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해 검찰이 대면 조사까지 하는 등 직접 수사를 벌인 첫 사례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잡음과 최종 결론을 두고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이날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2022년 6∼9월 받은 300만원 상당의 가방, 179만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 세트, 40만원 상당의 양주에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게 검찰 결론입니다.

최 목사는 고가 가방등을 건네며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사후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재개 등 사안을 청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최 목사가 개인적 소통을 넘어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청탁하거나 선물을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최 목사가 모르는 사이인 점, 김 여사와 최 목사의 개인적 친분, 선물 수수 경위, 요청 내용의 일회성과 모호성, 선물과 요청 내용의 연관성, 직무 관련성에 대한 당사자들 인식, 시간적 간격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김 여사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 또는 접견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가 공직자 직무와 관련된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면서도 처벌 규정이 없는 점도 무혐의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검찰은 공여자인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윤 대통령 역시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수사심의위 앞두고 기자회견 연 최재영 목사/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해 제기된 다른 의혹도 모두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뇌물수수 혐의의 경우 공무원 신분이 아닌 김 여사에게는 적용할 수 없고,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공모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여사의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도 알선에 대한 대가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당사자 사이 구체적 현안의 알선에 관한 고의 내지 인식도 없었다고 봤습니다.

디올백은 대통령기록물 지정 여부 검토를 위해 대통령실에서 보관하던 중 검찰에 증거물로 임의 제출된 것이라며 윤 대통령 부부의 증거인멸 혐의 역시 없다고 봤습니다.

김 여사가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임명 과정에 개입했다는 주장 또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인사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밖에 검찰은 최 목사의 주거침입·위계공무집행방해·명예훼손 혐의,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의 무고 혐의 등도 모두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피고발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일 김 여사를 서울중앙지검 관할 내의 정부 보안청사로 소환해 대면조사 했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검찰, 김건희 여사 비공개 12시간 대면조사/사진=연합뉴스


이번 의혹은 김 여사가 고가 가방을 받는 모습을 최 목사가 '손목시계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지난해 11월 서울의소리가 공개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이후 서울의소리가 윤 대통령 부부를 고발했고, 지난 5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 지시로 전담수사팀이 꾸려지면서 수사가 본격화했습니다.

검찰은 4개월간 수사를 거쳐 8월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로 잠정 결론 내렸습니다.

하지만 김 여사를 청사 외부에서 조사한 것을 두고 특혜 시비가 일자 이 전 총장은 최종 결론 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사건을 넘겼고, 수심위는 만장일치로 무혐의 결론을 냈습니다.

이후 최 목사가 별도로 신청해 열린 수심위는 1표 차이로 최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두 번의 수심위가 엇갈린 판단을 내놓으면서 검찰이 사건 처분을 두고 고심했지만, 결국 법리 검토 끝에 모두 무혐의 처분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형사책임 부과가 가능한지 면밀히 검토했고, 수사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수심위의 기소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사례는 2018년 수심위 제도 도입 이래 처음입니다.

전례 없는 결론이 나온 만큼 불기소 처분에도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의소리는 검찰 처분에 대해 항고한다는 입장입니다. 항고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관할 고검에 다시 판단을 요구하는 절차입니다.

야권은 비판 여론을 업고 특검 도입론에 다시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김여사 특검법'을 재의 요구키로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이날 재의요구안을 재가했습니다.

[김유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mikoto2306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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