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복날 살충제 사건', 피의자 사망에 '공소권 없음' 종결
입력 2024-09-30 13:34  | 수정 2024-09-30 14:04
'복날 점심 후 중태'…경찰, 경로당 감식. / 사진=연합뉴스
경찰, 77일만에 수사 마무리
경북경찰청은 '복날 살충제 사건'으로 숨진 권 모(당시 85세) 할머니를 살인미수 혐의로 수사했지만, 그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할 예정이라고 오늘(30일) 밝혔습니다.

'복날 살충제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농약 음독 사건입니다.

초복인 지난 7월 15일 경북 봉화군 봉화읍 한 식당에서 모임을 하고 경로당으로 이동해 음료수를 마신 할머니 5명이 시일을 두고 쓰러졌습니다.

피해자 4명 중 3명은 7월 25∼29일 사이 퇴원했으며, 김 모(69) 할머니는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요양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찰이 피의자로 지목한 권 할머니는 같은 달 18일 봉화 지역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상태가 악화해 안동병원으로 이송됐다가 30일 숨졌습니다.


다섯 할머니 모두와 커피를 담은 음료수병, 종이컵에서 에토펜프록스, 터부포스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피의자 권 할머니의 위 세척액에서는 위 두 성분 외에도 포레이트, 풀룩사메타마이드, 아족시스트로빈 성분이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피의자 어떻게 권 할머니로 특정했나?

경찰은 경로당 일대 CCTV 화면을 분석한 결과 피의자 권 할머니가 7월 13일 낮 12시 20∼26분 사이 아무도 없는 경로당에 홀로 출입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권 할머니가 경로당 밖을 나와 접촉한 물건들을 확보해 국과수에 감정한 결과 에토펜프록스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경로당 회원은 권 할머니가 지난 12일 오후 2시쯤 경로당 거실 커피포트에 물을 붓는 장면을 목격했으며, 해당 커피포트와 싱크대 상판에서는 마찬가지로 에토펜프록스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권 할머니의 주거지를 압수 수색을 한 결과 그의 위 세척액에서 확인됐던 농약 성분을 배합한 표준 편차 범위 내 유사한 동위원소비를 구성하는 농약도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복날 점심 후 중태'…경찰, 경로당 감식. / 사진=연합뉴스

추정할 수 있는 진술 확보했으나…범행 동기는 단정 못 해

경찰은 경로당 회원들과 관련자들을 면담한 결과 경로당 회원 간 화투 놀이가 자주 있었으며, 권 할머니도 화투에 자주 참여했다는 진술을 확인했습니다.

화투 외에도 권 할머니가 다른 경로당 회원과 갈등 또는 불화가 종종 있었다는 여러 회원의 진술도 확보했습니다.

경찰은 다수 진술을 토대로 범죄 심리를 분석했으나 사건 당사자인 권 할머니가 지난 7월 30일 사망함에 따라 그를 통해 직접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진식 경북경찰청 형사과 강력계장은 "경로당 회원들과 관련자들의 진술과 범죄심리 분석 결과만으로는 피의자의 직접적인 범행 동기를 단정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경북경찰청. / 사진=경북경찰청 제공

77일 만에 수사 마무리…피해자 지원·재범 방지에 힘써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7월 17일부터 57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해 70여일간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사건 현장 주변 94곳에서 CCTV와 블랙박스를 확보했으며, 약독물·DNA 등 관련 증거 599점을 분석했습니다.

경로당 회원 등 관련자 129명을 면담하였으며, 피의자 범죄 심리 분석을 병행했습니다.

이번 사건 피해자인 4명의 할머니에 대해서는 피해자 전담 경찰관이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와 연계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전문 치료를, 경로당 회원들을 상대로는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을 지원했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 수사를 계기로 경로당과 마을회관 일대에 CCTV 설치 근거 법령을 제정하도록 제도 개선 사항을 행정당국에 권고할 방침입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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