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화장실 검문 있겠습니다"…이태원 클럽 합동 마약단속 현장
입력 2024-09-28 16:25  | 수정 2024-09-28 16:55
출처=MBN
'불금' 맞춰 이태원 일대 16개 업소 대상 새벽 3시까지 합동단속
룸 없어 화장실 집중 수색…휴지통 안까지 샅샅이


금요일인 어제(27일) 오후 10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클럽가. 한 대형 클럽 입구에는 '불금'을 즐기려는 수십 명이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이들 사이로 푸른색 위생장갑을 낀 경찰들이 비집고 들어갔습니다. 이 모습을 본 클럽 손님들 중에는 "가지 말자",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라며 자리를 뜨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서울경찰청, 서울 용산경찰서와 서울시청, 용산구청은 이날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6시간에 걸쳐 이태원 일대 16개 업소에 대한 합동단속을 벌였습니다.

출처=MBN


이날 경찰이 가장 주의 깊게 살핀 곳은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가득 찬 클럽 안 화장실입니다. 이들은 거울 위쪽 공간, 세면대 아래, 형광등 주변, 휴지통 속 쓰레기까지 샅샅이 뒤졌다.

경찰이 화장실을 집중적으로 살핀 이유는 이 클럽에서 마약류에 손대기 쉬운 장소가 화장실이기 때문입니다. 클럽에 따로 룸이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직원 등의 눈을 피해 마약류를 투약하려는 손님이라면 화장실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태원 클럽 특징은 룸이 없다는 것"이라며 "대신 화장실에서 (손님 등이) 케타민과 엑스터시 등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클럽 점주와 직원을 상대로는 마약류를 반입하는 고객이 없도록 자체적으로 검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살핀 이태원 클럽 10곳은 모두 입구에 직원을 배치하고 소지품을 검사하고 있었습니다.

5개월째 일하고 있다는 직원 송모(21) 씨는 "두 달 전에 이태원 클럽 마약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나서 사장님이 '우리도 조심하자'며 손님 검사를 빡빡하게 시켰다"며 "화장실에 여러 명이 같이 들어가지 않는지 계속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친구를 만나러 왔다는 20대 후반 남성도 "최근 사건이 있고 나서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내가 가본 클럽은 다 소지품을 검사했다"고 전했습니다.

출처=MBN


하지만 일부 시민은 이런 방식의 합동단속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클럽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이렇게 대놓고 단속하면 안 될 것 같다"며 "대낮에 음주단속을 하는 것과 똑같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20대 남성은 "클럽 말고 산처럼 음산한 곳이나 룸살롱에 가야 적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클럽 등 유흥가 일대 마약류 확산을 막기 위해 이달 초부터 연말까지 단속을 강화한 상태입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클럽 등 유흥가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2021년 161명에서 2022년 454명, 2023년 686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올해 1∼7월 사이에는 벌써 358명이 검거됐습니다.

클럽 등 마약류 사범이 전체 마약류 사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5%에서 2022년 3.7%, 2023년 3.9%, 올해(1∼7월) 4.2%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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