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환 전 인권위원장, 이재명 선거법 사건 상고이유서에 대가 없이 연명
경찰 "연명한 행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볼 증거 부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송두환 전 인권위원장이 대가 없이 상고이유보충서에 연명(連名)으로 동참한 이른바 '무료 변론'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 무혐의 판단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경찰 "연명한 행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볼 증거 부족"
오늘(27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이 대표와 송 전 인권위원장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보고 그제(25일) 불송치 결정했습니다.
전국철거민협의회(전철협), 사법시험 준비생 모임(사준모),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등은 지난 2021년 9월 이 대표의 무료 변론 사건을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잇달아 수사기관에 제출했습니다.
앞서 송 전 인권위원장은 2019년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 변호인단으로 참여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상고심에 대비해 유력 법조인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했습니다.
송 전 인권위원장은 이때 상고이유보충서 제출에 연명(連名)으로 동참했는데, 수임료는 받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송 전 인권위원장이 2021년 8월 인권위원장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밝혀졌습니다.
송 전 인권위원장은 당시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 지사(대표)가 상고이유서 초안 등을 보내오며 상고이유보충서 제출에 동참할 수 있겠는지 문의했고, 검토 결과 이 지사의 입장이 이해되고, 법리적으로 주장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돼 상고이유보충서 제출에 연명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답변하는 송두환 전 인권위원장/사진=연합뉴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도 "청탁금지법 위반 관련 사실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제 쪽에서는 탄원서에 연명해 내는 성격으로 생각해, 별로 한 일이 없어 돈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 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공익적 부분과 관련한 사안으로 수사·재판을 받을 경우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변호인 이름을 올리는 전통이자 관행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송 전 위원장은 민변 회장을 지낸 바 있으며, 이 대표 역시 민변 출신입니다.
이후 이 대표 '무료 변론' 사건은 부정청탁인지 사회상규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형사 고발도 잇달았습니다.
한편에서는 헌법재판관 출신인 송 전 인권위원장과 같은 고위 법관의 소위 '도장값'은 수백만~수천만원에 달하는 값어치가 있으므로 이 대표가 상당한 이득을 봤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별다른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이름을 써주는 정도로 힘을 보탠 것은 인지상정이라는 의견이 맞섰습니다.
논란이 계속된 가운데 경찰은 3년여의 수사 및 법리 검토 끝에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재명 무료변론 관련 질의 자료/사진=연합뉴스
경찰은 불송치 사유에 관한 질문에 "면밀한 수사를 했으나, 송 전 인권위원장이 이 대표의 상고이유보충서에 대가 없이 연명한 행위가 청탁금지법에 위반된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해 불송치 결정했다"고 답했습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1회 100만원, 연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이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경우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와 관련, 송 전 위원장이 상고이유보충서에 연명으로 동참한 것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에 따라 송 전 인권위원장의 행위가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러 기관, 단체,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검찰과 협의를 한 결과 불송치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내달 14일입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에서 결론이 뒤바뀌지 않는다면 조만간 불기소로 사건이 종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유민 디지털뉴스부 인턴 기자 mikoto2306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