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버스·승용차, 쓰러진 사람 밟았는데…승용차 '무죄', 왜?
입력 2024-09-26 17:07  | 수정 2024-09-26 17:16
대전법원 / 사진 = 연합뉴스
단독 사고를 내고 쓰러져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밟고 지나간 승용차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오늘(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승용차 운전자 5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씨는 지난 2021년 5월 6일 자정 무렵에 충남 당진시 고대면의 편도 2차로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도로 위에 쓰러져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피하지 못하고 밟고 지나쳤습니다.

당시 오토바이 운전자는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2차선 도로 1차로에 쓰러져 있었는데, 이 사고는 오토바이 단독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는 숨질 정도의 강한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뒤따라오던 45인승 버스 운전자가 이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오토바이 운전자를 지나쳤습니다.

버스에 이어 A씨 차량도 오토바이 운전자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밟고 지나갔습니다.

버스가 지나간 후 피해자 위치가 크게 변하지 않았고 차량 하부에 손상 흔적이나 피해자 혈흔은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같은 상황에 경찰은 버스는 차고가 높아 오토바이 운전자를 지나쳐 가면서도 큰 피해를 끼치진 않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후 A씨 차량 아래로 들어간 오토바이 운전자는 21m 거리를 밀린 뒤에야 멈췄습니다. 특히 A씨는 사고 소식을 알리는 다른 운전자의 휴대전화 불빛 수신호에 선행 차가 비상등을 켠 채 서행했음에도 제한속도 80km/h인 도로에서 96km/h의 속도로 과속해 앞선 차를 추월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1심 법원은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버스 기사에게는 벌금 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A씨에게 더 큰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A씨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1차 버스 사고 후 이미 사망해 있었을 가능성이 큰 점, 제한속도로 주행했더라도 피해자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란 점 등을 들어 항소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A씨 차량이 밟고 지나갈 당시 오토바이 운전자가 생존해 있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국과수 부검 감정에도 1차 버스 사고 후 피해자의 생존 가능성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재판부는 버스 뒷바퀴와 주변에 오토바이 운전자 옷 재질이 압착돼 발견된 점을 근거로 버스 뒷바퀴가 오토바이 운전자를 타고 넘은 것으로 추정했고, 이를 근거로 오토바이 운전자를 1차로 밟고 넘어간 45인승 버스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버스 블랙박스 영상에 오토바이 운전자를 지나갈 때 무언가 부서지는 '퍽' 소리가 들리고, 17명을 태운 45인승 버스의 무게와 속도(105km/h) 등도 고려됐습니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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