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교폭력 당했다" 응답한 초중고 학생 2%…11년 만에 최대치
입력 2024-09-25 14:06  | 수정 2024-09-25 14:31
학교폭력/사진=연합뉴스
대면 수업 전환하며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 4년 연속 증가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이 가장 많아…발표시점 늦어진 이유 두고 의혹도


올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초·중·고등학생이 2021년부터 4년 연속 증가하며 11년 만에 2%대로 올라섰습니다.

학교폭력을 겪었다는 학생의 비율은 나이가 어릴수록 높았고, 신체폭력보다는 언어·사이버폭력 등이 늘면서 학교폭력이 더욱 교묘해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후 신고하거나 도와줬다는 응답은 늘어나 '방관' 비율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교폭력/사진=연합뉴스


◇ 올해 "학폭 피해" 11년만에 2%대…신체폭력 제외 모든 유형↑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이 시행한 2024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 결과와 2023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표본조사) 결과를 오늘(25일) 발표했습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1년에 두차례 시행되며 1차는 전수조사, 2차는 표본조사입니다.

2024년 1차 전수조사는 지난 4월 15일부터 5월 14일까지 초4∼고3 재학생 전체 398만명, 2023년 2차 표본조사는 지난해 9월 18일부터 10월 17일까지 초4∼고2 재학생 중 표본 4%(약 19만명)를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올해 전수조사에서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피해응답률'은 지난해보다 0.2%포인트 오른 2.1%로 집계됐습니다.

피해응답률은 2013년 2.2%에서 2016∼2017년 0.9%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 2019년 1.6%가 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면서 2020년 0.9%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다시 대면수업으로 전환하면서 2021년 1.1%, 2022년 1.7%, 2023년 1.9%, 2024년 2.1%로 4년 연속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2차 표본조사 때 피해응답률도 1.7%로, 전년 표본조사보다 0.1%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이는 2018년 이후 5년 만에 최대치입니다.

학교폭력을 겪었다는 학생 비율은 나이가 어릴수록 높았습니다.

학교급별 피해응답률은 올해 전수조사의 경우 초등학교 4.2%, 중학교 1.6%, 고등학교 0.5%로, 지난해보다 각각 0.3%포인트, 0.3%포인트, 0.1%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표본조사 때도 초등학교 3.0%, 중학교 1.2%, 고등학교 0.4%를 기록했습니다.

피해 유형 중에서는 언어폭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올해 전수조사에서 언어폭력 피해응답률은 지난해보다 2.3%포인트 높아진 39.4%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재개된 대면수업의 영향으로 지난해 눈에 띄게 늘었던 신체폭력 비중은 올해는 하락해 17.3%에서 15.5%로 떨어졌습니다.

사이버폭력은 6.9%에서 7.4%로 0.5%포인트 높아졌습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사이버폭력 피해응답률은 초등학교(6.3%), 중학교(9.2%)보다 높은 10.4%에 달했습니다.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학교폭력의 양상이 변화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사이버폭력 피해응답률은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SNS 학폭 등이 많았던 코로나19 유행 때인 2020년 12.3%보다는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성폭력과 금품 갈취는 각각 5.9%, 5.4%로, 지난해보다 0.7%포인트, 0.3%포인트 높아졌습니다.

학교폭력/사진=연합뉴스


◇ '방관' 비율은 감소…"학폭 대책 효과 없어서?" 발표 연기 논란

학교폭력 '방관자' 비율은 줄었습니다.

올해 전수조사 학폭 목격응답률은 5.0%로, 지난해보다 0.4%포인트 높아졌습니다. 학교급별 비율은 초등학교 8.5%, 중학교 5.1%, 고등학교 1.4%였습니다.

피해 사실을 '주위에 알리거나 신고했다'는 응답과 '목격 후 알리거나 도와줬다'는 응답은 올해 전수조사와 지난해 표본조사에서 모두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신고 비율은 올해 전수조사의 경우 지난해와 동일하게 92.3%였지만, 지난해 표본조사 때는 91.8%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올랐습니다.

목격 후 알리거나 도와줬다는 비율은 올해 전수조사 68.4%, 지난해 표본조사 66.4%로, 전년보다 각각 0.1%포인트, 1.3%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가해 응답률은 올해 전수조사의 경우 1.0%로 지난해와 동일했고, 지난해 표본조사 때는 1.8%로 전년보다 0.1%포인트 높아졌습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성윤숙 선임연구위원은 피해응답률이 높아진 것에 대해 "학교폭력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동안 학교폭력 예방교육 실시가 어려웠던 만큼, 이로 인한 누적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예방교육이 설계돼야 한다"며 "특히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일상생활 속 갈등을 해결하고 관계 회복에 주력할 수 있는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 4월 지난해 2차 표본조사 결과를 공개한다고 했다가 7월 말로 미뤘고, 당시에도 또다시 연기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방대책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이 늘어난 것으로 나오자 발표를 꺼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예방대책) 효과가 '없다', '있다'라고 하기보다는 여러 대책이 올해 1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김유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mikoto2306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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