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콘서트·축구로 82억 벌었는데…잔디 관리엔 2.5억 쓴 월드컵경기장
입력 2024-09-25 09:06  | 수정 2024-09-25 09:29
‘손흥민, 이런’. / 사진=연합뉴스
올해 폭염 속 아이유 등 콘서트 겹치며 잔디 훼손 논란 일어
위성곤 "잼버리 콘서트 강행 등도 문제…근본대책 마련해야"
잔디 상태를 두고 갈등 상황이 빚어진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경기와 콘서트로 올해 82억 원을 번 가운데, 잔디관리에는 2억 5천만 원만 투자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음 달 15일 이라크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마저 상암에서 치르지 못하게 된 만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늘(25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이 서울시설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공단이 올해 8월 말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관리에 지출한 금액은 총 2억 5천 327만원입니다.

새로 심을 잔디에 1억 5천 346만 원, 잔디 보호용 인조매트 1천 994만 원, 농약 및 비료 5천 140만 원, 잔디 파종을 위한 오버씨딩기 1천 962만 원, 잔디 폐기물처리 용역에 886만 원입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축구 경기와 연예인 콘서트 대관, 그에 따른 주차요금으로 올해 1∼8월 올린 수익 총 82억 550만 원에 비하면 비중이 상당히 작다는 평가입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국가대표 A매치 경기로 9억 9천 426만 원, FC서울 경기로 11억 3천 832만 원, 콘서트 등 문화행사로 24억 3천 447만 원, 일반행사로 36억 3천 846만 원을 벌었습니다.


주요 문화행사 대관 수입은 임영웅 콘서트가 14억 3천 899만 원, 세븐틴이 9억 7천 758만 원이었습니다.

9월 21∼22일 열린 아이유 콘서트는 포함되지 않는 액수입니다. 이번 아이유 콘서트 대관 수익으로도 최소 10억 원 이상은 벌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는 연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역대급' 폭염 속에 임영웅·세븐틴·아이유 콘서트까지 겹치며 잔디 훼손 논란이 일었습니다.

아이유 콘서트를 전후로 축구 팬은 잔디에 무대를 설치하고 의자를 깔면서 잔디가 훼손됐다고 비판하고, 가수 팬은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가수에게 책임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맞서며 갈등을 빚는 보기 드문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논란 속에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내년부터 '그라운드석 판매 제외'를 조건으로 콘서트 등 문화행사 대관을 허용하겠다며 아이유 콘서트 이후 잔디 관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10월 15일 이라크전을 서울월드컵경기장 대신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치르기로 했습니다.

잔디를 보수하더라도 생육 상황 등을 고려할 때 10월 15일 경기를 치르기에는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2023 잼버리 'K-팝 슈퍼라이브' 개최로 손상된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복구 공사. / 사진=연합뉴스 자료

경기장의 좋지 않은 잔디 상태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습니다.

지난 5일 팔레스타인과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비긴 뒤 주장 손흥민은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빠른 템포의 경기를 못 한 것이 팬들에게도 아쉬우셨을 것"이라며 "홈에서 할 때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과 서울시가 A매치가 열릴 만한 수준으로 잔디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위성곤 의원은 "서울시가 아이유 콘서트를 앞두고 그라운드석 판매 제외 등을 발표하며 팬들 입장에선 마치 가수가 잔디 훼손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갈등을 부추겼다"며 "지난해 잼버리 콘서트 강행 등에도 문제가 있었던 만큼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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