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난 스리랑카, 2년 만에 첫 대통령 선거

대선 화두는 '경제난 해소'…긴축정책 국민 불만 고조
AFP통신 "현 대통령 패배할 수 있다는 관측 있어"

스리랑카에서 현지시간으로 21일 국가부도 사태가 발생한 지 2년여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유권자 1천700만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투표는 이날 아침 7시 전국 1만 3천여 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습니다. 투표는 오후 4시에 종료됩니다.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개표 결과는 이날 밤부터 공개되지만, 공식 발표는 다음날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임기 5년의 대통령을 뽑는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투표용지에 선호 후보 3명까지 기표할 수 있습니다. 용지에 1명이나 2명만 기표해도 유효로 인정됩니다.

1차 개표에서 50% 이상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선거관리위원회는 최저 득표자의 투표용지를 제거하면서 이들 투표용지에 '2위 선호'로 기표된 후보를 기반으로 재집계합니다.

선관위는 이런 방식으로 특정 후보 득표율이 50%를 넘길 때까지 집계를 계속해 당선인을 결정합니다.

직전 2019년 11월 대선에서는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그러나 그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정책 실패로 2022년 5월 국가부도인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뒤 시위대에 쫓겨 외국으로 피신한 바 있습니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도피 전 총리에 임명한 라닐 위크레메싱게(75)는 그해 7월 헌법에 따라 국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돼 잔여임기를 채웠습니다.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대통령 / 사진=AP 연합뉴스 자료

이번 대선에선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을 비롯해 총 38명이 출마해 지난 8월 이후 선거운동을 벌여왔습니다.

무소속으로 나선 위크레메싱게 대통령과 제1야당 국민의힘연합(SJB) 사지트 프레마다사(57) 총재, 좌파성향 야당인 인민해방전선(JVP) 아누라 디사나야케(55) 총재가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게 대체적 관측입니다.

국가부도 이후 상황임을 고려해 대선 화두는 '경제난 해소'에 맞춰져 있습니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작년 29억달러, 한화 약 4조 원의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확보하고 채무재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IMF 요구에 따라 증세와 에너지 보조금 폐지 등 긴축정책을 펼쳤습니다. 이에 경기가 차츰 되살아나 올해 경제성장률 3% 달성이 전망됩니다.

그는 이를 치적으로 내세우며 자신의 정책을 계속 이어가게 해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긴축정책에 대한 국민 불만이 큰 것도 사실이어서 대선이 경제정책 심판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프레마다사 SJB 총재와 디사나야케 JVP 총재는 IMF와 재협상해야 한다며 긴축정책에 불만을 지닌 유권자 표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투표 결과와 관련해서 AFP통신은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이 프레마다사 SJB 총재와 디사나야케 총재 중 한 명에게 패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가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gghh7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