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제 수용에 가혹행위까지'…37년 만에 드러난 제2의 형제복지원
입력 2024-09-09 19:00  | 수정 2024-09-09 19:53
【 앵커멘트 】
부랑인 수용시설이라는 이름으로 감금과 폭행, 강제노역 등이 이뤄진 '제2, 제3의 형제복지원이 37년 만에 드러났습니다.
진실화해위는 수용시설 4곳에서 중대한 인권침해가 일어난 사실을 확인하고 수용자 13명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습니다.
박혜빈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A 씨는 10살이던 1983년 여름, 따로 살던 어머니를 찾아 혼자 부산역에 왔다가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수용됐습니다.

▶ 인터뷰 : A 씨 / 서울시립갱생원 피해자
- "우니까 왜 우느냐고 똑바로 서라고 하더니 양쪽 어깨를 딱 이렇게 잡혔는데 갑자기 명치를 차는 거예요. 숨이 안 쉬어져서 죽는 거구나…."

4년 동안 퇴소와 재수용을 반복하던 A 씨는 서울시립갱생원으로 옮겨졌지만 지옥 같은 생활은 계속됐습니다.

▶ 인터뷰 : A 씨 / 서울시립갱생원 피해자
- "충격으로 다가왔죠. 거기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을 갖다가 한마디로 동물 취급, 사람으로 취급 안 하는구나."

기술훈련 명목으로 목공소에서 일하던 A 씨는 매일 폭행을 당하며 일하다가 1년 뒤에야 부모님과 연락이 닿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서울과 충남, 대구, 경기에서 '부랑자 갱생'을 내세워 수용자의 인권을 유린한 시설 4곳을 새로 확인했습니다.


수용자들은 매일 무급 노동에 시달렸고, 감금과 구타로 숨지기까지 했는데, 서울시립갱생원에서는 1980년 수용자 추정 인원 1천 명의 25%가 넘는 262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시설 내에서 태어난 아이는 강제로 입양 알선기관에 보내지고, 시신은 암매장되거나 해부 실습용으로 병원에 건네졌습니다.

가까스로 탈출한 수용자가 실상을 알리려 했지만 경찰이 되려 수용자를 도로 잡아들였고, 일부 시설은 37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인터뷰(☎) : 하금철 /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
- "당시 야당이던 신민당이 충남 천성원에대한 현장 조사를 시도했으나 시설 측의 국회의원과 기자 폭행 사건으로 조사가 좌절되며 진실이 은폐…."

진화위는 정부에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와 실질적 피해 회복 조치 등을 권고했습니다.

MBN뉴스 박혜빈입니다.
[park.hyebin@mbn.co.kr]

영상취재: 신성호 VJ
영상편집: 이주호
그래픽: 유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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